■동시(童詩) 일기를 쓰자

현희랑 길을 걸을 때에는 인내심을 약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재잘재잘 이야기하느라 보지 못하는 것을 현희는 놓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아파트 언저리에 있는 앞산으로 야외수업을 나갔을 때에도 현희는 쫑알쫑알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아이들보다 한참 뒤쳐져 따라오는 바람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답니다.

산을 오른 지 10분도 채 안되었는데 현희가 저만치 뒤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 서 있었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다가가 봤더니 현희는 거미줄 끝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낙엽을 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까이 다가가자 “선생님,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나뭇잎이 그네를 타요. 흔들흔들 그네를 타고 있어요” 라며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어요.

그리곤 몇 발짝 내딛는다 싶었는데 또다시 멈추어 서선 이번엔 도토리 먹느라 사람이 다가오는지도 모르는 다람쥐를 쳐다보느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지요.“어머, 저 다람쥐 좀 보세요. 다람쥐 밥그릇은 도토리인가 봐요, 도토리 밥그릇을 꼭 껴안고 있어요. 저 다람쥐는 내 동생처럼 먹는 걸 참 좋아하나 봐요.” 귓속말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관찰력과 주의집중력이 뛰어난 현희네 집은 다른 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현희네 집에서는 집안 곳곳에 놓인 동시집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외출할 때 잠시 서서 신발을 싣는 현관문에도, 수시로 들락거리며 문을 여닫는 냉장고문에도, 하루 서너 번씩 볼일을 보기 위해 앉는 변기 옆에도 작은 동시집이 걸려있습니다. 식탁 위에도 동시 모음집이 놓여있는데, 이건 엄마가 탁상 달력을 이용해 현희가 좋아하는 동시만 따로 모아 만든 아주 특별한 동시 모음집이랍니다.

현희처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동시를 보고 듣고 자란 아이들은 또래 다른 아이들에 비해 관찰력과 직관력, 표현력, 감수성 등이 뛰어납니다.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눌 때에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쉽게 이해하고 빨리 받아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구체적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스스로 배워나가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자기가 좋은 동시를 반복해서 읽다보면 암기력이 자연스레 좋아집니다. 동시 속에 숨겨진 여러 가지 보물 같은 표현들을 자주 접하다보면 어휘력이나 표현력, 리듬감도 발달하게 됩니다. 동시에서 반복되는 표현들이 주는 리듬감이나 여러 가지 비유 등의 표현법을 통해 효과적인 느낌 표현법을 익히기도 합니다. 물론 동시가 아이들 정서를 풍부하게 해주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동시에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달시켜 주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지요.

아이들에게 동시 일기를 지도할 때에는…

처음부터 동시를 써보라고 하면 아이들이 부담스러워 해요. 그래서 조금씩 천천히 접근해 나가는 것이 좋아요. 처음에는 아이가 동시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동시집을 자주 읽어주는 것이 좋아요. 동시를 어려워한다면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요를 이용해도 괜찮아요. 이렇게 동시집을 읽어주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동시가 생기면 일기장에 옮겨 적게 하세요. 그리고는 그 동시가 왜 좋은지, 어떤 부분이 좋은지 자세하게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부담스러워 한다면 그냥 그 동시를 읽고 난 후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드는지만 쓰도록 하세요. 여백을 이용해서 동시에 맞는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접기 등을 이용해 다양하게 표현하게 해주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