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분석하고 해석하기

키케로가 이미 갈파했듯이, 철학자의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리석음뿐이다. 확실히 철학자들은 상식을 거부하고 온갖 지혜를 추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철학적 비상은 희박한 공기의 상승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은 항상 진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에, 철학은 언제나 근거를 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이 보이는 것은 철학이 과학적 방법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질서와 자유, 삶과 죽음 등과 같은 어렵고 위험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탐구 분야든지 정확한 공식화가 가능한 지식을 산출하면 곧 과학이라고 일컫는다. 과학은 철학에서 시작하여 기술(技術)로 끝나고, 또한 과학은 가설의 ⓐ샘에서 발원(發原)하여 성취의 ⓑ바다로 흘러간다. 철학은 미지의 것 또는 부정확한 것에 대한 가설적 해석이다. 철학이 진리세계를 탐구하는 최전선이고 과학이 점령지대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지식과 기술로 건설된 후방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은 어쩔 줄 몰라 우두커니 서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철학은 승리의 열매를 과학에게 넘겨주고 나서, 거룩한 불만을 간직한 채 아직도 탐구되지 않은 불확실한 지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기로 하자. 과학은 분석적 기술(記述)이고 철학은 종합적 해석이다. 과학은 전체를 부분으로, 모호한 것을 확실한 것으로 분해하려고 한다. 과학은 사물의 가치나 이상적 가능성을 탐구하지 않으며, 사물의 전체적인 궁극적 의미를 묻지 않는다. 과학은 사물의 현상과 작용을 밝히는 데 만족하고, 현존하는 사물의 성질과 과정에만 시야를 국한한다. 과학자는 천재의 창조적 진통뿐만 아니라 벼룩의 다리에도 흥미를 느낀다.

그러나 철학자는 사실의 기술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철학자는 사실과 경험의 관계를 확정함으로써 그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려고 한다. 철학자는 사물을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호기심 많은 과학자가 우주라는 거대한 시계를 분해해 놓으면, 철학자는 그 시계를 이전보다 더 훌륭하게 조립하려고 애쓴다. 과정을 관찰하고 수단을 고안해 내는 지식이 과학이라면, 여러 가지 목적을 비판하고 조절하는 지혜가 철학이다. 사실이 목적과 관련되지 않는 경우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철학이 없는 과학, 지혜가 없는 지식은 우리들을 절망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한다. 과학은 인간에게 지식을 주지만, 철학은 인간에게 지혜를 제공한다.

문제 1 위의 글을 읽고 밑줄 친 'ⓐ샘'과 'ⓑ바다'의 관계를 해석해 보시오.

문제 2 밑줄 친 문장 '㉠어떤 탐구 분야든지 정확한 공식화가 가능한 지식을 산출하면 곧 과학이라고 일컫는다'를 근거로 다음 의 현상이 과학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보시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생각 넓히기: 철학과 과학

과학이란 이제까지 아무도 반증을 하지 못한 확고한 경험적 사실을 근거로 한 보편성과 객관성이 인정되는 지식의 체계이어야 한다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신학·철학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으며, 보편성이 인정되는 형식논리학이나 수학은 넓은 의미의 과학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러한 학문은 이상과학·형식과학·선험과학이라고 하며, 경험적 사실을 토대로 성립된 경험과학과는 대립된다.

따라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과학방법론상 이 경험과학을 과학이라고 한다. 경험과학은 일반적으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으로 나눈다. 한편, W.빈델반트나 H.리케르트는 자연과학은 설명적 과학이고, 역사과학 또는 문화과학은 기술적 과학이라 부르고 있으며, W.M.분트는 체계적 과학과 현상론적 과학 또는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공학이나 의학 같은 응용과학도 과학에 속한다.

필로소피(philosophy·철학)란 말은 원래 그리스어의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다. 필로는 ‘사랑하다’ ‘좋아하다’라는 뜻의 접두사이고 소피아는 ‘지혜’라는 뜻이며, 필로소피아는 지(知)를 사랑하는 것, 즉 ‘애지(愛知)의 학문’을 말한다.

철학(哲學)의 ‘哲’이라는 글자도 ‘賢’ 또는 ‘知’와 같은 뜻이다. 이와 같이 철학이란 그 자의(字義)로 보아서도 단순히 지를 사랑한다는 것일 뿐, 그것만으로는 아직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알 수 없다. 철학 이외의 학문 가운데 그 이름을 듣고 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학문은 드물다. 경제학이라고 하면 경제현상에 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고, 물리학이라고 하면 물리현상에 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이나 물리학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것이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대략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철학의 경우는 그 이름만 듣고는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이 학문의 대상이 결코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철학은 BC 7세기경 그리스에서 비롯된 학문인데, 그 시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서양의 철학사상의 변천과정을 보아도 일정한 연구대상이라는 것이 없다. 각 시대의 철학은 각기 다른 대상을 연구했다.

-‘두산백과사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