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무슨 말을 가장 많이 하냐.” 매일같이 통화를 하는 절친한 친구에게 물으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가 그런다. “걱정돼, 그거.” 아, 그래 걱정! 그러고 보니 난 애인의 전화기가 꺼져 있기라도 할라치면 ‘이건 교통사고’구나 해서 장례 풍경까지 그려내는 오버9단의 걱정주의자가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12월 내내 내 마음은 걱정으로 심히 바쁜 와중이다.

한참 동장군 기세여야 할 한겨울인데 더디 추운 것도 걱정, 그래서 신나게 녹고 있는 남극의 빙하 아래 성나게 멸종돼 가는 펭귄들과의 안녕도 걱정, 그나저나 바닷물에 뜬 기름띠 쫙 빨아들일 스포이드 같은 거 누가 발명 좀 안 하나 그 어찌할 수 없음도 걱정, 그렇게 저만 옳습니다 저만 잘했습니다 저만 왕입니다요 벽보에 나란한 대통령 후보들 중 맘에 쏙 듦이 없는 난감함 또한 걱정…, 휴.

점심을 먹는데 식당 아줌마가 반찬으로 생굴 무침을 내왔다. 비릿한 갯내를 풍기며 얌전히 누워 있는 굴을 보니 ‘이러다 내년 굴집 메뉴판에서 굴이 영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드는 거였다. 나 참 그래봤자 밥상머리에서 제 입 챙기는 걱정이라니, 삼삼오오 태안으로 뛰어가 일할 때 제 혀만 놀게 하는 걱정이라니, 아무래도 나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입만 살아 바쁜 나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