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Hill) 미 국무부 차관보가 12일 미 의회에 출석해 북한 비핵화 진전에 필요하다며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 1억600만 달러(약 1000억원)의 용도는 무엇일까. 미국이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억 달러는 연간 수출액이 10억 달러에 불과한 북한 입장에서는 엄청난 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 장비를 모두 사서 비핵화를 완성하는 ‘우크라이나 방식’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측은 연말 완료 목표인 불능화(disablement)와 신고에 대한 대가 제공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영변 불능화 초기 비용과 중유 제공 등에 주로 쓰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신들이 돈과 기술을 모두 대는 영변 불능화 비용으로 원래 1000만 달러 정도를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실제 작업을 하다 보니 장비 도입, 제염(除染)작업, 100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 인건비 등으로 비용이 훨씬 늘어나 3000만 달러까지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에 주는 중유와 발전소 자재·장비 비용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핵 불능화 대가로 중유 100만� 상당을 북한에 주기로 했다. 처음 이를 2·13 합의에서 공식화했을 당시에는 약 4억 달러 정도로 추산했다. 최근에는 중유값이 올라 비용이 늘어났다. 이 비용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분담하기로 했기 때문에 미국은 5분의 1인 8000만 달러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일본이 일본인 납치 문제 미해결을 이유로 끝까지 비용 분담을 거부한다면 한·미·중·러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또 식량과 의료장비 지원 등도 추진 중이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최근 "미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상당 규모의 식량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유진벨재단 등 국제 구호단체를 통해 의료 시설용 전력 지원을 위한 400만 달러 제공(미국의 소리 방송)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1억600만 달러는 용도를 정해놓고 신청했다기보다 불능화와 신고를 마치는 단계에서 필요한 예산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핵 불능화와 핵무기를 분리해 다루고 있다”며 “만약 플루토늄과 핵무기 폐기 등 다음 단계까지 들어가면 미국도 이번 예산보다 휠씬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미국의 예산 확보에 대해 “북한이 신고를 제대로 하면 미국도 성실하게 2·13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