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소리와 함께 달리는 기차에서 불이 났다. 승객들은 대피 소동을 벌였다. 불은 열차 화물칸에서 번져올랐다. 차장이 화물칸으로 달려가보니 한 소년이 화학실험을 하고 있었다. 화재가 진압된 후 차장은 그 소년의 뺨을 갈겼고 그로 인해 그 소년은 난청으로 평생을 살게 되었다. 불을 낸 그 소년은 그후 1300건이 넘는 특허를 내고 ‘발명왕’이라 불리게 됐다. 그가 바로 토머스 에디슨이었다. 이후 대부분의 사업에서 성공의 길을 걷던 에디슨은 또 한 번 좌절을 겪었다. 대형 화재로 당시 최고의 실험실을 잃었던 것. 불은 이처럼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지난 12월 8일(토) 오전 10시 고양소방서에서는 지난 10월초부터 격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소방과학교실’이 있었다. 이날 모인 정발초등학교 학생 18명은 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의정부시 소재 경민대학 소방행정과 현성호(45·화학전공) 교수는 “불은 무서운 존재이지만, 불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해하면 바로 불을 끌 수 있는 요령이 생기기 때문에 무서워만 할 필요는 없다”며 불이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어 현 교수가 실험 시범을 보이니, 어느새 아이들은 호기심에 눈망울이 반짝거렸다.
4학년 송주연 학생이 듬직한 소방관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함께 적린과 과산화나트륨이 쌓인 알루미늄 호일을 두드리자 이내 ‘펑’ 소리를 내고 폭발하며 화염이 솟았다. 두렵던 표정은 사라지고 이내 미소를 지었다. 과학의 원리를 체득하는 순간이었다. 5학년 예은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테르 유증기(油蒸氣)가 타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야, 마술이야!”라며 눈을 똘망거리며 박수를 쳤다. 옆에 있던 진만이는 “너무 재미있어 집에 가서 다시 하고 싶다”고 하자 실험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소방과학교실은 ‘산화나트륨의 마찰에너지와의 반응성’, ‘적린과 산화나트륨의 혼촉 위험성’, ‘나트륨의 금수성 물질’, ‘크롬산염류 혼촉 위험성’, ‘디에틸에테르의 증기위험성’ 등 5개 과정의 실험으로 편성되는데 처음에는 너무나 생소하고, 전문적인 용어에 아이들은 모두 어려워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실험을 하는 동안 물질과 불에 대한 이해와 화학반응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실험을 마친 4학년 방숙경 학생은 “물은 불을 끄는 물질인줄로만 알았는데, 나트륨과 만나니 불이 붙어 너무 놀라웠다”고 했다. 5학년 한수빈 학생은 “에테르 같은 무거운 유증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게 되었다”며 “다음에 기체의 비중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고 꿈을 밝히기도 했다.
현성호 교수는 “소방과학교실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학적 창의욕구를 높여주고 싶었다”며 “또한 기초 화학에 대한 기본적 상식이 부족해 불이 났을 때 화재가 더 번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 고양소방서와 함께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2006년 발생한 화재는 전국적으로 3만1778건에 사망 446명, 부상 1734명, 재산 피해액도 1500억원이 넘었다. 고양소방서 김충식(48) 서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화재 발생은 줄었지만, 그나마도 더욱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며 “불에 대한 인식과 상식을 키워나가면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재산피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격주로 토요일마다 열리는 ‘소방과학교실’ 수강을 원하는 초등학교는 고양교육청에 신청하면 된다. 수강료·실습비 등 모든 비용은 무료이다. ☎031)93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