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2층 기자실에 스님 한 분이 찾아 왔다. 스님이 등에 진 바랑(큰 주머니)을 풀어놓자 그 안에 감·사과 등 과일이 가득했다.

기자들이 경찰의 기자실 폐쇄 조치에 항의해 밤샘 철야 농성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남 순천 금둔사에서 7시간 차를 타고 온 것이다. 스님이 경찰청에 도착한 것은 전날 새벽 2시30분쯤. 경찰청 입구에서 스님은 “기자들의 철야 농성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며 기자실 위치를 물었다. 그러나 경찰은 “(기자들이 농성 중인) 기자실에는 갈 수 없다”고 제지하며 스님을 별관에 만든 ‘브리핑룸’으로 안내했다고 한다. 스님은 오려온 신문기사를 보여주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결국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과일 바랑을 들고 다시 기자실을 찾은 스님은 “세상은 아직도 권력에 의해 있는 사실도 사라지고 없는 사실도 만들어진다”며 “열심히 해서 언론의 자유를 꼭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고 자리를 떴다.

스님처럼 많은 분들이 기자들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격려를 해주고 있다. 한 독자는 “기자들 곁에 4800만명의 국민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했고, 다른 독자는 “기자들이 철야 농성을 하게 되는 나라 상황이 부끄럽다. 힘들지만 잘 이겨내라”고 응원했다.

경찰청 출입기자들은 정부의 취재 봉쇄에 맞서 전기와 난방이 끊긴 차가운 기자실에서 8일째 촛불 아래서 기사를 쓰고 있다. 경찰 병력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투쟁의 촛불’을 놓지 말자고 결의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독자들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