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시모집, 작년과 달라진 점… 추가 합격자는 수능우선선발 적용 안돼 

수험생과 진학 지도 교사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등급제 수능'의 첫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는 수능 영역별 점수나 백분율 등 지원전략에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유일한 기준인 '1~9등급'을 활용하는 방식이 대학마다 다르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희망 대학의 전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거나 자신의 성적표로 유리한 대학의 전형을 찾는 것이 입시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올해 입시의 경우 정시모집에서 내신의 '실질반영률'은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기준은 여전히 '수능'이라고 지적한다.

◆영역별 가중치가 당락 좌우

대부분 대학들은 정시모집에서 수능 등급을 점수로 환산해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대학별, 학과별 특성에 맞춰 특정 영역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난해까지는 수능 총점이 높은 수험생이 대체로 유리했다면, 올해는 영역별 가중치가 높은 영역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이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고려대의 경우 언어영역은 등급 간 4점씩, 수리 가형은 등급 간 8점씩 차이가 난다. 따라서 등급 간 점수차가 큰 수리 가형이 가중치가 큰 과목으로 당락을 좌우하게 된다. 외국어의 경우는 1등급 200점, 2등급 197점, 3등급 191점으로, 1~2등급보다 2~3등급 간 점수차가 크다.

이렇게 영역별·등급별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 대학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영역별 가중치를 파악해야 한다. 대체로 인문계열은 언어와 외국어, 자연계열은 수리와 과학탐구에 가중치를 준다. 하지만 최상위권 대학들은 인문계열에서도 수리영역에 가중치를 주고 있어 수리영역 등급이 높은 학생은 일단 유리해진다.

"내 성적으로 어느 학교 가나"… 7일 오후 서울시 강북구 영훈고등학교에서 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아 든 한 학생이 눈 내린 운동장에 서 있다.

◆수능 우선 선발은 최초 합격자 기준

지난해 자연계 일부 모집 단위에서 실시됐던 수능 우선 선발제도가 올해에는 전 모집 단위로 확대 실시된다. 수능 우선 선발은 정시모집 총인원의 20~50%를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 제도이다. 나머지 정원 50~80%는 수능·논술·내신 성적을 합쳐 뽑는다.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들이 수능 우선 선발을 실시하고 있다.

평소 학생부나 논술 성적에 자신이 없지만 수능 성적이 높은 상위권 학생들이나 특목고 학생들의 경우 수능 우선 선발제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능 우선 선발에서 합격한 수험생이 타학교로 옮겨가는 바람에 생긴 빈 자리는 수능·내신·논술 전형 탈락자 중 총점이 높은 순서대로 메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수능 성적이 조금 낮더라도 수능과 논술, 내신 성적의 총합을 따져 볼때 합격 가능성이 있다면 1차에서 떨어지더라도 추가 합격을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이다.

● 등급별 학생수 분포… 수리 ‘가’는 2등급 학생이 3등급보다 많아 

2008학년도 수능에서 언어·수리·외국어(영어)·탐구영역(4과목) 4개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644명으로 응시생 전체의 0.11%이다. 이 중 인문계 수험생으로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탐구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454명, 자연계로 언어, 수리, 외국어, 과학탐구가 1등급인 학생은 190명이었다.

영역별로 등급 비율은 기준(1등급 4%, 2등급 7%, 3등급 12%, 4등급 17%, 5등급 20%, 6등급 12%, 8등급 7%, 9등급 4%)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즉 언어는 1등급 비율이 4.31%였으며, 외국어는 4.32%였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된 수리 ‘가’의 경우 1등급이 4.16%였으며 수리 ‘나’는 4.16%였다. 하지만 수리 ‘가’의 경우 2등급에 학생들이 지나치게 많이 몰리면서, 3등급 학생보다 2등급 학생이 많아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물리Ⅰ(1등급 비율 6.27%)과 생물Ⅱ(6.14%)는 1등급 비율이 기준치를 2%포인트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동점자 처리 어떻게… 과목별 우선순위 둬 당락 갈라 

등급제 수능에서 동점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까지는 수능 성적이 표준점수, 백분율, 등급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성적표에 표기됐다. 대학들은 이 세 가지 중 골라 점수로 활용했기 때문에 0.1점이라도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동점자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수능이 등급제가 되면서 동점자가 예전보다 많이 발생했다.

7일 수능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수능 영역별 등급당 인원을 통계적으로 조합했을 때, 인문계열 학생들의 경우 ‘언어+수리 나+외국어+사회탐구 3과목’의 평균 등급이 1.3등급 이내인 인원은 3616명이다. 이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일반전형에서 인문계 모집인원인 2336명의 1.5배가 넘는다. 동점자라도 일부는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동점자 처리 기준도 예년보다 좀더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연세대의 경우 정시 모집 인원의 50%를 수능우선선발전형으로 뽑지만 동점자가 있을 경우 이 인원은 최대 70%까지 늘어난다. 동점자가 70%를 넘어갈 경우 인문계열은 ‘언어·수리 나·외국어 총점→언어→외국어→수리 나→사회탐구3과목 총점’ 순으로 우열을 가려 선발한다. 나머지 일반전형에서 동점자는 ‘수능 총점→논술→학생부’ 순으로 선발된다.

일반전형에서 동점자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중복 합격자들의 이동 현상에 따른 추가합격 기회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정시모집에서 ‘가·나·다’ 모집시기에 따라 3번의 중복지원 기회가 있다. 매년 상위권 대학으로의 합격자 ‘연쇄 이동’ 현상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