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와 아내, 육아와 우정, 효심과 의리, 천주교와 북벌 등 자신이 소중하게 여겼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조선 시대 선비 12명의 삶을 담고 있다.
1760년 태어난 선비 이옥은 아홉 살 때부터 과거 합격을 목표로 삼고 공부를 시작한다. “한 번쯤 과거에 합격해도 부끄럽지 않다”고 자신했지만, 정조의 문체반정과 맞물리면서 희생양이 되고 만다. 정조가 직접 “유생 이옥의 글귀들은 순전히 소설체를 사용하고 있었으니 선비들의 습성에 매우 놀랐다”고 지적한 것이다. 군 복무 명령과 과거 응시 금지로 이어졌지만, 그는 “나는 요즘 세상 사람이다. 내 스스로 나의 시와 문장을 짓는데 선진양한(先秦兩漢)이 무슨 관계가 있으며, 위진삼당(魏晉三唐)에 얽매일 필요가 있는가”라고 주장한다. 49세에 이르러서는 “어린 시절 기생이 던진 꽃들이 다발을 이뤘고, 성인이 되어서는 거리의 구경꾼이 나귀를 막아섰다”며 스스로 넋두리를 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문체를 바꾸지는 않았다. 평생 불운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의식을 지닌 작가로 재평가 작업이 일어나고 있다.
북벌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용했던 이들과 달리 오로지 청나라에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고 죽었던 윤휴,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했던 유교 사회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글을 평생 썼던 심노숭 등을 담아낸 ‘괴짜 열전’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사상사를 전공하고 동양대 문화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고집스럽게 살다간 12명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되물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재미와 교양을 함께 담아내려는 최근 역사서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