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6일 자신의 사무실인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조선일보편집국 부장단과의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자신의 BBK 관련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다음날인 6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 더욱 낮은 자세로 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김민배 정치부장, 박정훈 경제부장, 강효상 사회부장, 김광일 문화부장이 인터뷰에 참석했다. 이 후보는 “뒤늦게나마 저의 결백이 밝혀져 다행이지만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인터뷰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히 임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이명박 후보는 'BBK 의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됐는데, 최고의 경제 전문가인 이 후보가 어떻게 김경준 같은 사기꾼과 함께 사업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은 여전하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 그전까지는 범죄행위가 없었다. 외국에서 돌아와보니까 국내 신문방송이 김경준씨를 굉장히 높이 평가했더라. 한국에 금융분야의 신동이 나타난 것 같이 되어 있었고 나는 한국 금융이 낙후되어 있다고 평소에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사실 잘 모르는 분야이고…. 김씨와 사업을 지속했더라면 일이 아주 커졌을 텐데, 일찍 문제가 발견돼 동업을 파기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다."

―대한민국 전체가 사기꾼 한 명에 흔들리고 춤을 춘 꼴이 됐다. 이 후보도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나.

"국민들께 거듭 죄송하다. BBK 의혹 제기에도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더욱 감사한다. 우리 정치권은 김대업 사건에 휘둘렸던 2002년 대선의 수준에서 더 발전을 못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이를 앞질러 가고 있었다. 정치권이 국민들에 비해 부끄러운 것 같다."

―유권자들은 온갖 네거티브(음해·비방)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에게 '1등지지'를 보내고 있다. 당선된다면 어떻게 보답할 생각인가.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 손에 딱 잡히는 결과가 없었다고 보고, 앞으로 일을 만들어 낼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한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제가 CEO를 하는 동안 부정적인 요소가 거의 없었는데, 정치권에 들어와서 딱 1년 동안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정말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은 정치권에 못 들어 오고 소위 정치꾼들만 들어오니…. BBK사건은 국민이 저를 지켜주셨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정치권의 세력균형을 가지고 버틴 게 아니다. 정치권이 나를 비도덕적으로 만들었지만 국민들이 내 명예를 회복시켰다. 정치권을 바꿀 때가 됐다."

―다른 후보 진영은 검찰이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특검을 하자고 하는데.

“한국정치의 마지막 수준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판은 국민이 할 것이다. 검찰 말을 믿지 않고 범인의 말을 믿는 그런 집권여당을 지구상에 본 일이 없다. 김대업식 폭로가 있었던 2002년의 수준도 아니고 훨씬 이전의 수준이라고 본다. 항상 큰 변화가 오려면 마지막으로 반짝 하는 게 있는데 그런 징조라고 본다.”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과 무슨 관계였는지 솔직히 말해달라.

“(웃으며)어떤 것을 솔직하게?(참석자 모두로부터 폭소 터짐) 에리카 김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안 다음에 맨 나중에 내가 알았다. BBK 의혹이 나오고 에리카 김의 이름이 거론되자 우리 당의 김덕룡 의원이 ‘내가 먼저 알았는데 나보다 훨씬 나중에 안 이 후보가 문제가 됐네’라며 웃더라. 특별한 만남이 아니고 대중 속의 만남이었다. 에리카 김이 검찰수사 발표 후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은 대한민국 검찰을 정치 검찰로 봤다가 발표를 보고는 법적으로 해볼 만한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에리카 김은 자신의 범죄사실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도 내 놓았고 그런 입장에서 BBK 사건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할 입장이 아니다. 김씨 가족들이 대한민국과 검찰의 수준을 아주 얕본 것 같다.

그런데 조선일보 1면 정치광고를 보니까 김경준씨가 쓴 글이 나와있던데, (웃으며)요즘은 광고를 아무것이나 다 내는 모양이다. 범죄자가 쓴 글도 광고로 내고 말이지. 그 사람은 자기 표현을 한글로 쓰는 경우가 없다. 아마 누가 써준 것을 보고 썼을 것이다. 나와 짧은 기간 만난 중에도 한글로 쓰면 화를 팍 냈다. 잘 모르는 말을 왜 쓰느냐는 식이었다. 그런 것만 봐도 정치권이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6일 서울 견지동 자신의 사무실인 안국포럼에서 조선일보 부장단과 단독 인터뷰를 갖는 자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 이후 4개월간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만한 상품을 생산해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부터 정책선거를 하겠다는 결심으로 들어왔다. 그래야 내가 생각하는 양대 문제인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이 될 수 있다. (웃으며)그런데 언론은 네거티브는 크게 써도 정책 공약을 제대로 써주지 않더라. 만약 당선되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국민들은 BBK 의혹보다 이 후보 자녀들의 위장취업, 세금 문제, 한양대에서 거액의 강사료를 받은 문제 등과 관련해 공인의식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지적을 한다.

“위장 취업 얘기가 나올 때 한마디도 변명하지 않았다. 무조건 국민 앞에 죄송하다. 그런 구차한 일이 있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했어야 하는데…. 제가 공직을 갖게 된다면(당선된다면) 그런 문제는 지나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할 것이다. 제가 CEO 때 우리 집안에 관련된 일에 대해 했던 그런 식으로 철저히 할 것이고, 그런 공인의 생각을 갖고 열심히 할 것이다.”

―이 후보는 당 경선 때도 껄끄러운 주제를 다루는 TV토론을 거부하는 등, 언론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즘 특정 방송에 대해 내가 불만은 좀 있지만 그렇다고 언론에 대한 기본 생각은 변함없다. 나는 대한민국 언론이 정부를 견제하면서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 노무현 정권이 기자실을 폐쇄한 것은 부정적인 개인적 언론관 때문인 것으로 본다. 무슨 정권이 언론에 대한 간섭을 하느냐. 신문법도 몇 가지 조항은 바꿔야 한다고 본다.”

―이 후보는 경선 직후 여의도식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다. 여의도식 정치의 무엇이 못마땅한가.

“완전히 정치를 위한 정치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데 여의도 정치권은 그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정치가 국가발전에 도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이 어느 쪽으로 가느냐가 아니라 본인 문제만 생각하는 것 같더라. 나는 정치의 주류도 비주류도 아닌 외곽에서 왔다. 비(非) 정치인이 정치의 중심에 들어오면서 변화는 자동적으로 오는 것 아니겠느냐.”

―박근혜 전 대표와 국정의 동반자가 되겠다고 했는데, 집권하면 어떤 역할을 맡길 생각인가.

“그것은 여기서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되고. 정치라고 하는 것이 권한과 책임이 독점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과거 식으로 권력을 나누어 갖는다 이런 생각도 없다. 권력을 야합적으로 나누어 갖는다기보다는 생산적인 분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할려고 한다.”

―삼성 비자금 특검에 대한 입장은.

“아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본다. 내년 경제 전망이 썩 좋은 것도 아니고, 세계 경제가 좋은 것도 아니고, 한국의 대표적 기업이 이런 것으로 오랫동안 시달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기업이 건강해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용은 안 된다고 본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가능하면 이회창 후보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는데…한마디로 말해서 좀 실망스럽고 요즘 하는 모든 것을 보면 이회창답지 않다고 본다. 이회창 후보가 반(反) 부패 활동에 연대하겠다는 보도를 보고 인간의 변화는 정말 한계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짧은 기간이 남았지만, 이회창다운 면모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는 거죠.”

―개인 재산을 공익적으로 쓸 생각이 있는지.

“아이들에게 정신적 유산만 남겨준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합의사항이고, 아이들도 우리 생각을 지지하고 있다. 당락에 상관없이 계획대로 갈 것이다.”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총리급 회담 등에서 수많은 합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이 합의를 그대로 이행할 것인지 궁금하다.

“남북 간에는 대전제가 하나 있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 결과가 핵 무장으로 나왔기 때문에 당면 과제는 북한핵을 어떻게 포기시키느냐 하는 문제이다. 핵 위협의 1차적 당사자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남북한이 대선을 앞두고 여러가지 합의를 하고 있는데 아마 이때 많은 것을 약속해서 이다음 정권이 안 따라 오면 안 되게 만들자는 생각을 할까봐 걱정이다. 그러나 다음 정권은 그 사항 자체를 하나하나 타당성 조사를 할 것이다. 합의문 하나하나, 실현가능 하냐 아니냐, 핵 폐기가 완성된 다음에 할 것인가, 그 전에 해도 될만한 사업인가,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등…. 중요한 합의는 다음 정권에 미뤄 주는 게 도리다 이렇게 본다. 아마 이 정권이 이번 대선에서 틀림없이 정권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두는 것 같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사업 하나하나를 엄격하게 따질 것이다.”

―경제공약으로 '747' 성장공약을 제시했는데, 7% 성장이 진짜 가능하다고 보나.

"747이란 것은 공약이라기보다 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적 목표다. 지난 10년간 우리 국민들에겐 목표와 희망이 없었다. 그래서 이 비전을 제시했다. 국민적 통합을 이루고,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 통합이 이루어지면 세계 경제가 난관은 있지만 7% 성장은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40대 수도권 시민들이 이 후보에게 강한 지지를 보내는 두 가지 이유가 교육과 부동산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초·중·고교에서는 다양한 인성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목만 시험을 치게 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든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공의 특성에 맞게 노래 잘하는 사람, 수학적 재능이 있는 사람을 뽑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음악하려는 아이까지 수학시험을 보게 하니까 계속 사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이 정부가 조세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잠깐의 효과는 봤지만 장기적으로는 굉장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일단은 공급을 더 해야 된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높아지는 소득수준에 걸맞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교 평준화에 대한 입장은.

"평준화를 완화하고 적어도 20~30%는 다양화와 수월성(秀越性) 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자립형 사립고보다 자율성이 가미된 '자율형 사립고'를 전국에 100개를 세우고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150개의 기숙사형 공립학교를 짓겠다. 가난한 집 아이들도 정부 지원을 받아 고급 교육을 받게 해 가난의 대를 끊자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종부세는 근본적으로 세율을 너무 급격하게 높여놓았다. 좀 시정이 되어야 할 것 같고, 1인1주택 장기보유자와 투기적으로 한 1년 만에 집을 바꾸는 경우도 세율이 똑같은 것은 부당하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이 후보는 '경제 대통령' 이미지가 강한 반면 문화예술계에선 이 후보가 문화는 모르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혹시 문화도 돈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선진국은 돈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고 문화적 척도가 필요하다. 순수 예술에 대한 지원과 동시에 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지원할 것이다."

―이 후보는 기독교 장로이면서 불교에 대해 7가지 공약을 내놓았는데.

"기본적으로 정부가 종교에 대한 공약을 내놓을 수가 없다고 본다. 정부가 종교에 대해 간섭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내 종교를 존중하듯이 남의 종교도 존중하는데, 불교에 대해 제가 7가지 약속을 한 것은 종교에 대한 공약이 아니라 전통문화에 대한 공약이다. 우리 전통문화가 깃들어 있는 불교의 전통사찰을 어떻게 보존하느냐는 한국이 세계로 도약하는 데 더욱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본다."

―국민 반대가 더 많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계속 추진할 생각인가.

"한반도 대운하는 청계천이나 경부고속도로 할 때보다는 초기 지지가 높은 편이다. 이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업이 아니라 해야 된다. 유럽이 2010 백서를 발표했는데 그 주 내용이 운하건설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트럭 대신 운하를 이용해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취지가 포함돼 있다. 우리도 2013년부터 교토 의정서에 들어가려면 대책이 있어야 한다. 운하가 19세기식 토목이라고요?(큰 소리로 반문) 운하는 IT 산업이다. IT기술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지구 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물류, 경제적 효과, 내륙 발전 등 종합적인 것을 봐서 운하는 해야 한다고 본다. 단 정부 예산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민간 투자를 받아서 하고 외자를 유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