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부유세(wealth tax) 폐지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스페인도 지난 50년간 유지해온 부유세를 폐지할 전망이다. 좌파 사회당 출신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Zapatero) 총리는 4일 마드리드의 기업인 모임에서 "내년 3월 총선에 승리해 재선되면 부유세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좌파 정부에 맞서는 보수 야당 인민당(PP)도 지난 7월 부유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로써 내년 3월 총선 결과에 상관 없이 스페인에서 부유세는 폐지될 운명이다.

스페인은 1957년 프랑코 독재 치하에서 부유세를 도입했다. 사파테로 총리는 "당초 부유세는 고소득층을 겨냥한 것이었는데,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된 데다 부자들은 이리저리 세금을 피해나가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소득 재분배를 위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부유세는 1910년 스웨덴에서 도입된 뒤 유럽 14개국으로 확대됐다.

2003년 이후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등이 줄줄이 부유세를 폐지했고, ‘부유세 원조국(元祖國)’인 스웨덴도 올 들어 부유세 폐지를 발표했다. 부유세가 가져오는 소득 재분배 효과보다 세금을 피해 자본이 외국으로 유출되는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유세

소득이나 보유자산이 일정액 이상인 부자들에게 기존의 재산세나 소득세 외에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 프랑스에서는‘사회 연대세’라는 이름으로 부과한다. 부동산과 주식 등의 순자산이 76만유로(약 10억원) 이상인 사람은 매년 재산액 단계별로 0.55~1.8%의‘사회 연대세’를 별도로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