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인 배추 한 포기에 3500원이라니까 중국산 아니냐고 물어요. 허허허.”

깊어가는 겨울,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줄기인 사향산과 여우봉 사이에 자리한 배추밭에서 ‘산정김치’ 장복기(51) 사장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장씨는 김장철이 시작된 지난 한 달 절인 배추 10여�을 판매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김장철 채소 가격 및 김장 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김장 비용은 배추 20포기 당 소매가 기준으로 15만7000원, 1포기 당 7850원꼴이다. 중국산 배추가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도 하다.

그러나 장씨는 “장사는 신용이에요. 무너지기는 쉬워도 다시 쌓기는 어렵죠”라고 말했다. 이런 신념 덕에 장씨는 2005년 기생충 알 파동이 일어 김치 판로가 막혔을 때도 국내산 재료만을 고집했다. 덕분에 다른 많은 영세공장이 도산할 때도 장씨는 높은 파고를 넘을 수 있었다.

장씨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 서울 남대문에서 미제 물품 장사를 했다. 한때 재산이 수십억원에 달했지만 사기와 부도로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었다. 장씨는 1995년 결국 빈털터리로 이곳에 들어왔다.

포천 명성산 줄기인 사향산과 여우봉 사이 김치공장에서 장복기 사장(맨 오른쪽)과 직원들이 배추김치를 담그고 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죠. 물 맑고 공기 좋은 해발 450여m의 이곳은 천혜의 고랭지 채소 재배지입니다.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채소를 재배하고, 맛으로 승부한다면 반드시 재기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가 넓은 채소밭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는 2000여 평의 배추밭과 1000여 평의 무밭을 직접 가꾸기 시작했다. 갓, 부추, 대파, 쪽파 등도 직접 재배했다. 농약은 전혀 치지 않았고, 쇠똥과 낙엽을 섞어 퇴비를 만들었다. 모자란 배추를 충당하기 위해 좋은 배추를 찾아 강원도 대관령과 전라도 완도, 고금도 등을 다니며 배추를 사들였다. 젓갈은 곰소 젓갈을, 소금은 전남 신안 천일염을, 고추는 포천과 전라도 정읍에서 나는 태양초 고추만을 사용하는 등 최고의 재료만을 고집했다. 결국 그는 재기에 성공했다. 현재는 전북 무주리조트를 비롯해 포천 몽베르 컨트리클럽,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김치를 납품하면서 연간 매출액을 14억여 원으로 올렸다.

장씨의 김치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장씨는 요즘 인삼을 가미한 김치에서 쓴 맛을 없애고, 녹용을 넣은 김치에서 비린내를 없애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또 딸이 식품영양학과로 진학하도록 해 김치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하도록 했다.

장씨의 꿈은 또 있다. 김치를 테마로 한 박물관·체험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주부들 김장 담글 줄 모르잖아요.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배추를 전날 절여놓고, 다음날 직접 김장을 담가보도록 하고 싶어요. 우리 김치의 맛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