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전 대표 김경준(41)씨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자신의 범죄 혐의와 ‘엮기’ 위해 한 진술 대부분이 황당한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검찰이 밝혔다. 김씨가 ‘한글계약서’에 이 후보가 직접 도장을 찍었다고 계속 주장해 검찰이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하겠느냐”라고 하자 김씨는 “그건 못하겠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글계약서는 위조”
김씨가 “이 후보가 BBK를 소유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며 제출한 ‘한글계약서’에는 ‘2000년 2월 21일 이 후보가 BBK주식 전량(61만주)을 LKe뱅크에 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게 사실이면 이 후보가 한글계약서 작성 이전에 BBK를 소유했다는 뜻이 되지만, 검찰은 ‘위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계약서에 찍힌 이 후보 명의의 도장을 감정한 결과, 이 후보의 인감과 다를 뿐만 아니라 김씨가 LKe뱅크 등을 운영하면서 2000년 6월까지 사용했던 이 후보 명의의 도장과도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한글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2000년 9월부터 LKe뱅크의 서류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2000년 7월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이 후보 도장이 찍힌 복사물을 직원에게 주고 똑같은 도장을 파오게 했다는 LKe뱅크 직원의 진술도 확보했다. 계약서를 출력한 프린터도 김씨 사무실의 프린터와 달랐다. 김씨 사무실 것은 레이저프린터였으나, 계약서에서는 잉크젯 프린터에서만 사용되는 잉크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이런 감정 결과가 나오자 김씨는 한글 계약서가 2000년 2월이 아니라 13개월 뒤인 2001년 3월에 작성됐다고 말을 바꿨다가, 느닷없이 수사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해 “나는 계산을 따지는 장사꾼이다. 사문서 위조를 인정하겠으니 불구속으로 해달라”며 ‘거래’를 시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친구와 영화배우도 사기에 이용"
김씨는 2001년 2월 17~21일 미국 와튼스쿨 동창이자 생명과학 벤처투자사 A.M.Pappas LLC의 해외투자담당이사인 래리 롱(Larry Rong)을 한국으로 초청, 이 후보에게 소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후보에게는 래리 롱의 회사로부터 LKe뱅크에 100억원을 투자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래리 롱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씨의 초청으로 휴가차 방문했을 뿐”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두 사람 모두 김씨에게 속았다는 것이다. 실제 김씨는 이 후보에게 래리 롱을 이름만 비슷한 A.M.Pappas Inc.(김씨가 만든 유령회사)의 이사로 소개했고, 나중에 LKe뱅크 이사로도 등재시켰는데, 당사자인 래리 롱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김씨는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과정에서 ‘메트페턴트테크놀로지스’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하는데, 주가조작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보일러룸’에 등장하는 유령회사와 같은 이름이었다. 김씨는 또 자신의 유령회사의 대표이사 이름을 이 영화 주인공인 배우 지오바니 리비시에서 따오기도 했다. 수사팀은 이 영화의 DVD를 옵셔널벤처스 사무실의 김씨 책상에서 발견했으며 “영화를 보면 이번 사건이 더 잘 이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씨는 “BBK가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중동 전문가인 이명박 후보가 지어준 것으로, ‘Bank of Bahrain and Kuwait(바레인과 쿠웨이트 은행)’의 약자”라고 대답했다고 검찰관계자가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나중에는 BBK의 발기인인 오모(바비 오)씨, 김씨와 그의 부인 이보라씨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와 만든 영문 이름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