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가수 신현대(51)는 1988년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였던 ‘난 바람 넌 눈물’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여가수 백미현과 이 노래를 불러, 가요 인기 순위 5주 연속 1위를 기록한 깜짝 스타였다.
그리고 20년. 그는 지금도 여전히 기타를 메고 여기저기서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달라진 게 있다. 사랑을 노래하던 그가 이제는 ‘산’(山)을 노래한다. 산 노래만 하는 게 아니다. 산에 빠진 그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히말라야 초오유봉(해발 8201m) 등 험준한 고산들을 차례차례 등정했고, 산에서 품은 생각을 ‘산 노래’에 담아 발표해 왔다. 보기 드문 ‘산악인 가수’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산 노래’ 음반 발표를 앞둔 그를, 서울 종로구 전통문화예술 공연장에서 만났다. 그는 모험가의 거무스름한 낯빛에 검정 등산복 차림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산을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가수로서 바쁘던 시절엔 서울 인근의 산을 가끔 오르내리던 그는 95년부터 북한산 암벽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보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97년엔 등산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인 산악인의 길을 걷는다. 목숨을 건 고산등정 때마다 가족(아내와 두 딸)의 걱정이 크지만, 가족들도 이제 그를 말릴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지난 10년간 알프스 마테호른(4477m),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5642m) 등을 등정하면서 그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숱하게 경험했다. 지난 5월엔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서 해발 8600m 지점까지 올라갔으나 정상엔 오르지 못하고 아픈 기억만 갖고 귀환했다. “간신히 살아 돌아왔어요. 캄캄한 밤, 8300m 지점에서 혼자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랜턴이 꺼지는 거예요. ‘아,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싶더군요. 다행히도 랜턴을 든 셰르파 한 명이 나타났어요. 둘이 온기를 나누며 겨우 밤을 지새고 하산했지만 셰르파는 고산증세 등으로 결국 세상을 떠났지요. 그 셰르파한테 ‘내가 동상에 걸려도 기타는 쳐야 하니 손가락은 자르지 말고 발가락만 자르라’고 얘기했었는데….”
그는 또 “공교롭게도 그날 그 시간에 산 반대편에선 절친한 두 후배 산악인이 눈사태로 목숨을 잃어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어제도 무대에서 그 친구들 추모하는 노래를 몇 곡 부르는데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의 노래 인생도 등반만큼이나 순탄치 못했다. 강원도 춘천 출신인 그는 노래가 좋아 무작정 상경했지만, 80년대 초반까지 이렇다 할 거처도 없이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고달픈 생활을 했다. “삼청공원에서 한 3개월 노숙한 적도 있어요. 삼청동에 살던 가수 전인권씨가 귀가 길에 나를 보더니 ‘어 당신도 여기 살아?’하며 놀라는 거예요. 실은 공원에서 자리 깔고 잘 준비를 하는 중이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씩 웃기만 했지요.”
내년 1월부터는 ‘산악인 가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가칭 ‘음악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산행’. 관객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 아담한 콘서트를 벌인 뒤, 하산하는 것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듣는 노래가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