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립기념일인 1997년 7월 4일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가 화성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그 동안에 화성에 보낸 여러 탐사선이 실패했던 터라 패스파인더의 성공은 인류의 행성탐사에 큰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일이 되었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에서는 화성표면을 탐사하는 로봇을 운영하는 이 역사적인 탐사 기지를 ‘칼 세이건 기념기지’로 명명했다.

칼 세이건(Carl Sagan·1934~1996)은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코넬대 행성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행성탐사선 계획에 깊이 관여했고, 그전까지 생소했던 분야인 외계생물학의 기초를 닦았으며, 퓰리처상을 받은 과학저술가로서 과학의 대중화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1980년에 발표한 ‘코스모스’는 전 세계에서 600만부 이상이 팔린 스테디셀러인 동시에 60여 개국의 6억 명 이상이 시청한 과학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코스모스’가 우주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통해 우리 인간의 현주소를 가늠케 했다면 그가 골수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94년에 펴낸 ‘창백한 푸른 점’은 인간과 좀 더 가까운 이웃인, 우리 태양계에 관한 축적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외계탐사 여행의 필요성과 의의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며 이 광대한 우주에서의 인간의 미래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다.

과학서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철학서적에 가깝다고 할 만큼 우주에서의 인간 존재에 대한성찰을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과 풍부한 유머로 풀어 놓은 이 책은, 1990년 2월 초 해왕성을 막 벗어나 태양계 밖의 우주공간으로 향하고 있던 보이저 탐사선이 찍은, 보일 듯 말 듯 한 크기의 ‘창백하고 푸른 점’으로 보이는 지구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사진은 ‘지구 전체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우리가 사는 곳은 그 점의 한 구석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의 예지와 대비된다. 책의 바탕을 이루게 되는 이 서두는 우리의 거만함, 스스로의 중요성에 대한 과신,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망상을 우주의 어둠에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위의 인간 현실과 비교하며 인간이 가진 맹목적 자부심의 어리석음을 일깨운다.

저자는 우리를 우주의 중심무대에 세우려는 어떤 시도도 자기 찬양의 광신이라고 비판하며 현대 과학의 성과가 주는 겸허의 교훈을 받아들이고 이 ‘엄청난 격하’의 아픔을 극복하고 별의 세계로 인간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웃 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이 달 탐사선을 보내고 경쟁적으로 화성 탐사계획을 발표하며, 이에 뒤질세라 우리나라도 첫 우주인 후보를 내고 2020년까지 달 탐사를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과거 수십 년간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들의 전유물이었던 우주개발이 국가 간 경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이 시기에, 우주 탐사의 당위성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성탐험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를 연구하는 특성 때문에 지역이나 국적이나 배타성을 초월하여 서로 단결하게 해주는 힘이 되고, 훌륭한 투자가 되며, 동시에 수렵시대부터 인간이 가졌던 방랑자의 특성인 모험심을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극심한 고통 속에 죽음을 눈앞에 둔 병상에서도 종교에의 의탁을 거부하며 철저한 무신론자로 생을 마감한 저자의 행동에서 알 수 있듯, 인간중심적인 신앙을 가진 독자에게는 우주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객관화시키는 이 책이 쉽게 읽히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구를 떠나 외계로 향한 무한한 진화의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우리 인류에게는 훌륭한 지침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