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구 창원대 국문과 교수

다음 밑줄 친 표기 중 잘못된 것을 찾아 보자.

㈎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꼈다고 한다

㈏ 가늘고 긴 흑연봉을 껴서 고정하였다

㈐ 다른 나라로 전해지며 의미가 바껴 버린 것이다

㈐가 잘못된 표기이다. 이 예들은 준말을 적은 것들인데 ㈎의 ‘꼈다’는 ‘끼었다’가 줄어든 말이다. ‘아끼었다→아꼈다, 지었다→졌다, 치었다→쳤다’ 등과 같은 식이다. 다만 ‘(꽃이) 피었다’라고 하지 ‘(꽃이) 폈다’라고는 잘 하지 않는 것처럼 준말이 익숙지 않은 경우들이 있는데, ‘꼈다’도 ‘끼었다’에 비해서는 생소한 느낌을 주므로 가급적 본말 ‘끼었다’로 적는 것이 좋겠다.

㈏의 ‘껴서’는 ‘끼어서’가 줄어든 말이다. 또 이 ‘끼어서’의 ‘끼다’는 ‘끼우다’의 준말이다. 다만 이 본말과 준말은 각각의 쓰임새가 있는 것 같다. 즉 ‘옆구리에 가방을 끼고’는 자연스러운데 ‘옆구리에 가방을 끼우고(?)’라고 하면 어색하다. 반대로 ‘구멍에 나사를 끼우고’는 자연스러운데, ‘구멍에 나사를 끼고(?)’는 좀 어색하다. ‘흑연봉을 껴서’는 아무래도 ‘흑연봉을 끼워서’보다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므로 가능한 한 ‘끼워서’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의 ‘바껴’는 ‘바뀌어’의 준말을 적은 것인데 잘못된 표기이다. 한글 맞춤법에는 ‘ㅟ’와 ‘ㅓ’가 줄어든 말을 표기하는 글자가 없다.(앞으로 이 글자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두 모음이 줄어든 경우에는 본말대로 표기할 수밖에 없다. 즉 ‘바뀌어, 바뀌었다, 사귀어, 사귀었다’ 등은 비록 준말로 발음하는 경우라도 적을 때는 본말로 적어야 한다.

바껴, 바꼈다 (×) → 바뀌어, 바뀌었다 (○)

사겨, 사겼다 (×) → 사귀어, 사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