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3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잇달아 열어 ‘삼성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 임명법안’을 통과시켰다. 출석의원 189명 중 155명이 찬성했고, 반대 17표, 기권 17표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20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초 특검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회에서 법안이 넘어오는 시점에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약 노 대통령이 특검법의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대선 후 임시국회에서 재의결해야 한다. 특검 제안자가 대통합민주신당(140석)과 한나라당(129석), 민주노동당(9석)이어서 재의결(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 가능성이 높지만, 대선이 끝난 후에도 각 당이 현재와 같은 입장을 고수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은 전날 법사위 소위의 합의안에서 한나라당의 요구로 일부가 수정됐다. 수정안은 ‘1997년부터 현재까지의 삼성 비자금’으로 돼있던 것을 생략하는 대신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 등 일체의 뇌물제공 등 금품제공 의혹사건’으로 표현했다. 이 부분은 최종적으로 최고권력층 의혹에 ‘공직자 뇌물제공 의혹사건’을 추가해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 삼성그룹 승계 불법의혹에 대해서는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상속 의혹사건과 관련된 사건’이라고 했던 것을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 관련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불법행위 의혹과 수사 방치 의혹을 받고 있는 4건의 고소·고발사건’으로 범위를 제한했다. 법안자체는 아니지만 제안 설명 속에 2002년 대선 이후 노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이 수사 대상이라고 밝힌 것은 그대로 뒀다. 특검 수사 기간은 준비기간 20일 외에 최장 105일(60일+30일+15일)이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특검 도입 원칙에서 많이 벗어난 내용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거부권 행사 여부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성진 법무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 삼성 비자금 특검법안에 대해 “헌법상 심각한 문제점이 포함돼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