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字)’형 편대를 이룬 100여 마리 쇠기러기가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낮게 날다 추수가 끝난 논에 사뿐히 내려앉아 열심히 모이를 주워먹는다.
저수지 내 2만5000여㎡ 갈대 군락지에서 쉬던 1만5000여 마리 가창오리가 붉은 노을 속에서 화려한 군무(群舞)를 펼치자 탐조객들은 넋을 잃은 듯했다.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에는 천연기념물 203호 재두루미를 비롯,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205-2호), 큰고니(〃201-2호)와 1만5000여 마리의 가창오리 등 30여종 2만5000여 마리의 겨울 진객이 일찌감치 날아와 탐조객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주남저수지는 내년 10월말부터 열리는 람사르(습지보전에 관한 국제협약) 총회의 주요 무대 가운데 하나다.
총회 준비상황 점검 등을 위해 최근 방한한 람사르 협약 아나다 티에가(58) 사무총장은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내륙 습지도 많아 습지에 관한 한 축복 받은 나라”라며 “개최지인 경남도와 창원시는 물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등 중앙 정부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2008 람사르 총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경남도는 람사르총회 준비기획단을 구성하고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초청 국제환경심포지엄 개최, 창녕 우포늪 주변 습지 복원, 람사르 환경재단 설립 등 분야별 세부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는 등 성공적 총회 개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경남도는 2005년 11월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열린 제9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0차 총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는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 내년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8일간 창원컨벤션센터 등 창원시 일원과 주남저수지, 우포늪 등 국내 주요습지에서 열린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습지의 역할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총회에는 160여 개국 정부 대표와 관련 국제기구·NGO 관계자 등 2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개·폐회식, 현장(습지)견학 등 공식행사와 공식회의, 부대행사 등으로 진행된다.
람사르협약은 습지의 상실과 침식을 억제하고, 물새 서식 습지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된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한국은 1997년 가입했으며, 현재 회원국은 157개국이다. 3년마다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되는 총회에는 가입 당사국과 NGO 관계자 등이 대거 참가해 ‘환경올림픽’으로 불린다.
경남도는 지난달 27일 도청 도민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자원봉사자(400명) 발대식을 가진 데 이어 우포늪 일원에서 미니 람사르 총회를 개최하며 Y-1년의 각오를 다졌다.
내년 3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을 초청, 국제환경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며, 북한대표단 초청과 비무장지대 현장견학 등 환경 분야 남북교류사업도 추진 중이다.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설립을 위한 조례도 지난달 도의회를 통과했다. 내년 1월 출범할 환경재단은 300억원의 기금으로 습지보전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과 습지의 지속적 관리, 환경관련 연구 및 정책개발 등 업무를 맡는다.
경남도는 습지 보전 등을 위해 우포늪 인근 50만평 안팎의 농지를 습지로 복원할 예정이다. 또 동아시아지역 습지 보전을 위한 동아시아람사르습지센터 유치와, 국내 습지정책을 총괄할 한국람사르습지센터 건립 등을 통해 경남도가 국제적 습지보전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경남도 람사르총회 준비기획단 최만림 단장은 “국민이 함께하는 환경축제로 만들어 습지보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경 경남’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