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는 모호한 입장이다. 관계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 신설 등에 대한 청와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스스로 공언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특검 실시에 대한 국민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경우, 거부권 행사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가 재의결(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에 성공하면 특검이 실시된다. 특검을 수용하기도 쉽지 않다. 노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2002년 대선자금 및 ‘당선축하금’과 관련한 특검 수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거부권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직도 유효하고 법안이 우리가 얘기한 특검의 원칙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한 것이다.

23일 오후 국회를 통과한 삼성 특검법은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함께 삼성 그룹 지배권 승계와 관련된 수사 범위도 포괄하고 있다. 특검법은 현재 고소, 고발중인 4건의 사건을 조사 범위로 삼고 있는데, 이 사건들은 모두 삼성그룹의 승계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4건의 고소 고발 사건은 삼성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 발행,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e삼성 회사지분거래 등이다. 특검법은 또 삼성그룹의 불법 로비와 관련해서는 불법 비자금 조성 경위와, 이 비자금을 가지고 각계 각층에 로비를 한 의혹을 조사한다.

특범법은 특히 특검 대상에 ‘당선축하금’이란 용어를 넣어 2002년 대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금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