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래도 뛰자"<

2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현대 유니콘스의 원당 야구장. 김시진 감독이 훈련 에 앞서 실내 연습장에 모인 선수들을 향해 말했다.“ 어제 무슨 일 있었냐?”고 참급인 강귀태가 의뭉스럽게 대답했다.“ 그러게요. 무슨 일 있었습니까? 그냥 쉬는 날 아니었나요?”김 감독이 또 말했다.“ 그럼 아침 신문에 우리 기사 나온 거 못 본 사람 손들어 봐.”손 든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STX의 현대 인수 무산은 현대 선수단에 충격적인 뉴스는 아니었다. 김 감독을 비롯해 많은 현대 관계자들은 STX로의 인수가 힘들 것으로 이미 예상해 왔다. 하지만 막상 닥치니 어깨가 축 처지는 걸 막을 수는 없다. “실망감은 들지만 선수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할 일은 운동하는 거니까 열심히 훈련해야죠. 내년엔 누가 우리 주인이 될지는 모르지만, 새 구단주가 실망하지 않게 준비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프로죠.” 김시진 감독의 표정은 담담하다 못해 편안해 보였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현대의 마무리 훈련은 오는 29일 끝난다. 지난주까지는 날씨가 따뜻해 연습경기도 치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실내 연습장 훈련밖에 못한다. 눈이 덮여 있는 야외 구장에선 달리기 훈련 외엔 할 게 없다. 김시진 감독은 “작년 봄 미국에서 들여온 최신 피칭머신이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던진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실내 연습장 한쪽 천장에선 눈 녹은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내년 신인들의 마음은 더욱 허하다. 2차 2순위로 지명된 연세대 출신 투수 임창민은 “아직 계약도 못했다”며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다른 팀에 지명된 친구들은 다 해외에 마무리훈련 나가 있어요. 따뜻한 외국에 나가서 안정적으로 훈련하는 데 당연히 부럽죠. 메신저로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데 ‘너네 해체되면 어쩌냐?’며 걱정해 주더군요. 아마야구 선수들 사이에서 ‘사법고시보다 어렵다’는 프로 선수가 됐는데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네요.”

그래도 신인다운 패기는 잃지 않았다. “우리 팀이 ‘네임밸류’는 최고 아닙니까? 네 번이나 우승한 팀인데. 내년에 1군에서 자리 잡는 걸로 친구들에게 뭔가 보여줄 겁니다. 팀이 안정만 되면 만사 OK입니다.” 임창민은 “내년 목표는 당연히 신인왕”이라며 웃었다.

현대는 내년 1월7일 국내에서 훈련을 재개한 뒤 17일엔 미국 플로리다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이미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과 캠프장 사용 계약도 맺었고 선수들의 여권과 비자도 준비했다. “플로리다 전훈이 끝나면 일본 가고시마로 옮겨 롯데나 KIA랑 연습경기를 많이 가질 겁니다. 신철인, 조용준 등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고, 외국인 선수만 어느 정도 받쳐주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하죠.” 김시진 감독은 “새 주인만 나타나면 어느 때보다 내년 시즌을 잘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