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한 캐스팅이란 이런 영화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칸 여우주연상 2회에 빛나는 바네사 레드그레이브(Redgrave), 연기에 관한 한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 없는 이름 메릴 스트립(Streep)과 글렌 클로즈(Close). 이들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뽑혔던 횟수만 합해도 무려 25회다. 여기에 클레어 데인즈(Danes)와 토니 콜렛(Collette)의 젊고 개성적인 재능까지.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에 대한 멜로 ‘이브닝’(22일 개봉)은 영화의 내용보다 이런 대단한 이름들을 어떻게 한자리에 모았는지가 더 궁금해지는 예외적인 작품이다.
대학 시절 단짝 라일라(마미 검머)의 결혼식 들러리를 위해 친구 집을 찾은 재즈 가수 앤(클레어 데인즈)은 그 자리에서 해리스(패트릭 윌슨)와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사랑의 화살표가 엇갈리고 있었다는 것. 집안 때문에 억지 결혼을 해야 했던 라일라도 사실은 9년 동안이나 해리스를 쳐다보고 있었고, 반면 라일라의 남동생 버디(휴 댄시)는 오매불망 앤만 바라본 사내다. 앤과 해리스는 하룻밤을 함께 보내지만 시간과 운명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수잔 미놋의 원작 베스트셀러 소설을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가 마이클 커닝햄이 각색한 멜로 드라마.
원작의 명성과 시나리오 작가의 재능, 그리고 감독의 열정과 개인적 인연이 이 놀라운 캐스팅을 낳았지만, 정작 영화는 그 이름에 짓눌린 듯 밋밋하다. 각자의 캐릭터를 대표하는 열정과 배려, 순수와 집착의 감정은 파편적으로 스크린에 드러난다. 촬영감독 출신인 라요스 콜타이 감독이 담아낸 영국 뉴포트의 전원은 우아하지만 드라마의 절박함보다는 배우들의 중후한 연기에 초점을 맞춰 감상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메릴 스트립은 노년의 앤과 라일라를 연기했고, 젊은 시절 라일라를 메릴 스트립의 친딸인 마미 검머가 연기했다는 점도 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