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한 공무원의 실수로 전체 인구의 40%가 넘는 2500만명의 이름과 주소, 은행계좌 등 개인 금융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BBC가 21일 보도했다.

알리스테어 달링(Darling) 재무장관은 20일 의회에서 “16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아동 복지수당의 수급자 신상정보를 담은 CD롬 2장이 우편 배송 과정에서 사라졌다”며 “이 CD롬에는 725만 가구(2500만명)의 명단과 주소, 생년월일, 은행 계좌번호, 국민보험 번호 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영국 국세청(HMRC)의 하급 직원이 지난달 18일 수급자 정보를 담은 CD롬을 감사원(NAO)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등기가 아닌 일반 우편물로 발송한 데서 비롯됐다. CD롬은 감사원에 도착하지 않고 사라졌고, 영국 정부는 아직 이 CD롬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은 CD롬 분실 사실을 지난 8일에야 파악했고, 10일 달링 장관에게 보고했다. 폴 그레이(Gray) 국세청장은 20일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러나 복지수당 수급 가정과 영국 금융기관들은 유출된 계좌가 금융사기 등에 악용될까봐 불안해 하고 있다.

영국 야당과 언론은 일제히 “브라운 정부의 무능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고든 브라운(Brown) 영국 총리는 “수백만 가족들에게 불편과 걱정을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은 유감과 사과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한 사람의 단순한 실수가 정부의 신뢰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