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전 BBK 대표)씨 관련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대선 후보 등록(25~26일) 이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수사 진행 상황에서도 그런 기류와 흐름이 포착된다.
◆후보 등록 전 발표 어려울 듯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번 사건 관련 회사들에 대한 계좌추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계좌추적 대상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김경준씨가 공동대표였던 LKe뱅크, 이 후보 친형과 처남이 대주주이지만 이 후보가 실제 주인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온 ㈜다스, 주가조작 대상이 됐던 옵셔널벤처스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름이 등장하는 회사는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이 후보와 관련된 자금 흐름이 있는지를 추적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은 “계좌추적은 수사 보완 차원”이라고 했다. 문제는 계좌추적 작업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표가 큰 단위로 쓰였으면 그나마 쉽지만, 잘게 쪼개져 나갔으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주로 2001년에 발생했다는 것도 계좌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은행 전표 보존기간이 5년이어서 옛 자료가 남아 있을지도 미지수다. 자료가 폐기됐으면 계좌추적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김씨, 계약서 '사본'만 제출
김경준씨가 "BBK 등이 이 후보 소유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라면서 검찰에 제출한 '주식거래계약서'가 원본이 아닌 '사본'인 점도 수사 진척을 더디게 하고 있다. 복사본으론 진본인지에 대한 문서 검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계약서는 주식을 사고 판 계약, 그리고 이를 종합한 3종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LKe뱅크 등 관련 회사들에 대한 순환 출자를 잇따라 정한 계약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계약서에 이 후보의 서명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도 20일 미국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슷한 주장을 했다. 김경준씨는 복사본을 제출했으며, 에리카 김이 원본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김씨에게 원본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김씨는 아직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발표는 임채진 신임 총장 몫
이 같은 수사 상황으로 볼 때 후보 등록 전 수사 발표가 어렵다는 게 검찰 내부의 중론이다. 수사 발표가 후보 등록 이후로 미뤄지면 이 사건의 수사 지휘·발표 책임은 임채진 신임 검찰총장이 지게 된다. 정상명 검찰총장 임기는 23일로 끝나고, 24일부터는 임 신임 총장이 검찰을 지휘한다.
임 신임 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한다”(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원칙론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않고 있다.
◆수사 발표 12월 5일 직전이 유력
임 신임 총장은 수사 발표 시기에 대해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여서 시기를 정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적으론 대선 전에는 어떤 형태로든 발표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연루 의혹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가닥을 잡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후보 등록 전에 발표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발표 시기는 김경준씨 구속기간이 끝나는 시점(12월 5일) 직전이 될 공산이 크다. 구속기간은 10일이지만 한 차례 연장(10일)할 수 있어 최장 20일까지 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수사팀이 김씨 구속기간을 거의 다 채우고 기소하면서 이 후보에 대한 수사결과 부분도 함께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