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미술시장은 곧 식을 것인가? 국내·외 미술계의 공통된 관심이다. 이런 때에 전세계의 연중 경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두 경매인 뉴욕의 ‘인상주의 및 근대미술’ 경매(11월6,7일)와 ‘전후(戰後) 및 현대미술’(11월13,14일) 경매가 지난 2주 동안 뉴욕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 열렸다. 세일 결과는 ‘아직은 안심해도 된다’는 쪽이었다. 이 달과 12월에 굵직한 경매를 앞둔 국내 미술계도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해마다 5월, 11월에 한번씩 열리는 뉴욕의 이 두 경매는 이후 다른 나라의 미술시장 동향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번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는 ‘현대미술’의 경우 각각 하룻밤에 3000억 원씩 팔아 치웠다. 시장 냉각에 대한 미술계의 우려를 일소한 느낌을 주긴 했다. 하지만 ‘인상주의와 근대미술’ 부문에서는 소더비에서 내놓은 피카소, 반 고흐의 B급 작품이 유찰되는 등 약간의 조정세를 보였다.

현대미술 쪽 분위기가 살아난 것은 몇몇 스타 작가들의 힘이 컸다. 미국의 스타 제프 쿤스(52), 영국의 대표 프란시스 베이컨(1909~1992), 색면추상회화의 마크 로스코(1903~1970),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1928~1987) 등이 기대보다 비싸게 팔렸다. 하룻 저녁 현대미술 경매를 통해 크리스티에서는 3억2500만 달러(약 2980억 원)어치가, 소더비에서는 3억1600만 달러(약 2890억 원) 어치가 팔렸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제프 쿤스였다. 그는 섹스나 하트 같은 현대문화의 전형적인 키치(흔한 싸구려풍 이미지)를 고급 미술작품으로 둔갑시키는 21세기형 팝아티스트다. 다른 작가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고 작품가격도 높다. 그의 작품은 이틀 연속 작가 자신의 최고 기록을 깼다. 대형조각인 ‘블루 다이아몬드’가 13일 크리스티에서 1180만 달러에 팔리고, 바로 다음날 붉은 대형조각인 ‘하트’가 소더비에서 2350만 달러에 팔렸다.

이 두 작품 모두 뉴욕에서 제프 쿤스를 다루는 가고시안 갤러리의 래리 가고시안이 샀기 때문에 ‘딜러가 자기 작가를 띄우는 것’이라는 논란도 빚었지만 그의 인기에 대한 이견은 별로 없다. 다만 이번 경매를 앞두고 미술 월간 ‘아트뉴스’가 평론가·큐레이터 등에게 설문 조사해 11월호에 발표한 ‘105년 뒤에도 살아 남을 미술작가’ 리스트에 제프 쿤스는 빠져 있었다.

크리스티의 에드 돌먼(Ed Dolman) 회장은 경매가 끝난 뒤 본지와 인터뷰에서 “제프 쿤스에 대한 인기를 보면 평론가들의 관점과 컬렉터들의 평가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품 가격이 많이 올라서 일부 사람들이 걱정하지만 가격이 과대평가된 것이 아니므로 시장은 전체적으로 견고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