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는 프랑스판(版) 대처가 될 수 있을까?”
프랑스 경제지 ‘레 제코(Les Echos)’는 최근 이런 물음을 던졌다. 프랑스 정부의 공기업 특별연금 개혁안에 반발해 13일부터 시작한 공공부문의 총파업에 맞서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프랑스 대통령의 상황이 23년 전 마거릿 대처(Thatcher) 영국 총리에게 닥친 ‘대처의 순간(Thatcher’s moment)’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대처 총리는 1984년 3월 전국광산노조의 총파업에 직면, 정치 생명을 건 한판 승부를 벌였다. 당시 영국은 1976년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 금융과 실업률 급증 등으로 경제가 파탄나기 직전이었고, 1979년 집권한 대처는 대대적인 공공부문 개혁안을 밀어붙였다. 대처에겐 개혁의지가 확고했다. 또 보수당 출신의 전(前) 총리 에드워드 히스(Heath)가 두 차례 광산노조와 맞대결했다가 굴복하면서 정권이 붕괴되는 것을 옆에서 본 ‘교훈’도 있었다. 대처는 파업 노동자에 맞서 경찰력 투입과 엄정한 법 집행으로 맞섰고, 12개월 만에 노조의 항복을 받아냈다.
23년 뒤, 사르코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대선 유세 때부터 공기업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연금제도를 바로잡아 저성장·고실업의 ‘프랑스병’을 고치자고 했다. 이를 정말 시행하려 하니 노조의 불만이 폭발했다. 13일 국영철도공사와 파리교통공사를 시작으로 14일 파리 지하철 노조와 전력노조가 파업에 가세했고, 20일엔 공무원·교사·우체국 노조가, 29일엔 법원 노조가 동참할 예정이다. 사르코지는 자크 시라크(Chirac) 전 대통령이 1995년 특별연금을 뜯어고치려다 비슷한 파업 사태를 맞은 뒤, 노조에 굴복하는 것도 봤다.
사르코지는 시라크와 다를까.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7일자)는 사르코지가 과거 프랑스 지도자들보다 일을 잘 풀 수 있는 세 가지 이유를 댔다.
첫째, 사르코지의 개혁 목표는 초지일관 분명하다. 오해의 소지가 없다는 것이다. 시라크나 리오넬 조스팽(Jospin) 전 총리 등은 개혁 대상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두루뭉술한 말로 개혁을 추진하려다 노조의 거센 반발에 밀렸다.
둘째, 공공개혁에 대한 여론도 긍정적이다. 1995년 당시 파업 지지율은 최고 62%. 지금은 좌파 신문인 리베라시옹 조사에서조차 응답자의 59%만이 파업을 지지한다.
셋째, 사르코지는 과거 지도자들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노조와 접촉한다. 파업 현장에서 노조측과 험한 말을 주고받은 알랭 쥐페(Jupp�) 전 총리나 노조와 대화 자체를 하지 않았던 도미니크 드 빌팽(Villepin) 전 총리와 달리, 사르코지는 노조 지도자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아한 식사를 하는 등 “대화 채널은 항상 열려 있다”는 신호를 계속 내보낸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개혁은 프랑스에겐 마지막 기회이고, 이런 기회는 앞으로 오기 힘들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