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같은 대회였다면 1라운드를 5언더파 공동선두로 마친 김미현과 김초롱이 우승으로 가는 확실한 기회를 잡았다고 여겼을 것이다. 17번 파3홀에서 공 두 개를 물에 빠트리며 7타(쿼드러플 보기)를 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겐 “어째 저런 일이”라며 동정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승 상금 100만 달러를 걸고 16일 막을 올린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ADT챔피언십에선 ‘평범한’ 골프대회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상식적인’ 스트로크 대회들은 보통 144명에서 156명이 출전해 3라운드나 4라운드까지 전체 성적을 합산해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투어 최종전의 권위와 짜릿함을 추구하는 ADT챔피언십은 상위 랭커 32명에게 출전 자격을 주고는 독특한 플레이오프 시스템을 도입해 놓았다. 1·2라운드는 3라운드에 진출할 16명을 가리기 위한 예선전일 뿐이다. 3라운드에선 2라운드까지 성적을 무시하고, 3라운드 성적만으로 결승전에 해당하는 4라운드 진출 8명을 가린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의 주인공은 오직 4라운드 18홀의 성적만으로 가려진다. 상금 배분(총상금 155만 달러)도 ‘승자 독식’에 가깝다. 2등에겐 우승상금의 10분의 1인 10만 달러만 준다. 대회 브로셔에는 굵은 글씨로 ‘모든 샷이 중요하다(Every Shot Counts)’고 써놓았지만,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게 좋다(All is well that ends well)는 표현으로 바꾸는 게 더 어울리는 대회다.
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소유한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인터내셔널 골프장(파72·6538야드)을 무대 삼아 김미현과 김초롱은 상큼한 출발을 했다. 시즌 두 번째 우승을 노리는 김미현은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에만 5타를 줄인 김미현은 “후반에 기회가 왔을 때 버디를 더 잡지 못하긴 했지만 오늘 스코어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초롱은 버디 3개와 15번홀(파5·494야드) 이글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폴라 크리머와 줄리 잉스터가 4언더파 68타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오초아는 16번 홀까지 6언더파를 치며 선두를 달리다 17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리는 등 어수선한 플레이로 4타를 잃어버렸지만 7위(2언더파)에 올랐다. 애니카 소렌스탐과 이선화, 안시현, 이정연이 2오버파로 공동 14위에 올랐고, 박세리는 5오버파로 공동 25위로 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