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력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전 세계적인 원전(原電) 건설 붐이 일고 있다. 각국이 지구 온난화, 고유가, 기후 협약의 필연적인 대안으로 원자력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2030년에 이르면 전 세계 전력 생산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6%에서 27%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원전 건설 계획을 갖고 있는 국가는 26개국에 달하며 원전 신규 건설 규모는 약 170기, 시장 규모는 무려 425조원이다.

각국은 과거 혐오시설로 기피하던 원전 건설을 위해 각종 법률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 거대 시장 장악을 위한 원자력 선진국들의 각축전과 원자력 발전(發電) 원료인 우라늄에 투기성 자본이 몰리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원자력 발전 과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60g 정도로 석탄이나 천연가스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우라늄 1g으로 석탄 3�, 석유 10드럼분과 동일한 대용량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원자력이 이산화탄소 저감은 물론 대용량의 전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에너지원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총 20기의 원전을 보유한 세계 6위의 원자력 강국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발전 전력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은 석탄으로 36.5%다. 원자력의 연료가 되는 우라늄은 모두 수입하지만 발전 원가 대비 연료 비중이 11%에 불과해 78%에 이르는 석탄, 69%에 달하는 LNG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에 에너지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전력원은 현재 원자력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원자력 발전에 따른 불가피한 과제가 바로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처리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 능력을 가진 처분장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9일 ‘국내 최초의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인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의 착공식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 부지로 경주가 결정되기까지 19년의 지난(至難)한 과정이 있었다. 지난 10월 한국을 찾은 한스 리오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방사능 방호 및 방사성 폐기물 관리국장은 “폐기물 처분장 건설문제는 한 지역사회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며, 국가적 문제이고 ‘정부, 국민, 지역 주민, 기업’이라는 4개 주체가 서로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격렬한 반핵 시위에 부닥쳤던 전북 위도나 부안과는 달리 경주는 유치 조건을 공개하고 유치 희망지역 주민투표를 실시해 89.5% 찬성률로 19년 해묵은 갈등을 극적으로 해소했다. 투명한 의사 절차와 정보 공개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경주의 사례는 사회 갈등을 통합으로 승화한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원자력 발전이 환경과 국가 발전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지혜로운 활용을 위해 긴 안목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인내와 서로를 인정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의 착공은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역사의 새로운 시작이자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