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을 독립 민간기구에 맡기겠다던 방침을 두 달 만에 뒤집었다. 정부는 지난 9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기금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금융·투자 분야 민간 전문가로만 구성해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했었다. 기금운용위는 현재 보건복지부에 소속돼 있고 정부 관료와 가입자·사용자·노동자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전문성·자율성을 높여 가입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부가 직접 참여하면 1994~2000년 사이에 국민연금 기금 39조원을 공공기금으로 끌어다 썼던 것처럼 가입자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독립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모처럼 정부 스스로 옳은 판단을 내렸다는 칭찬을 들었던 결정이다.

그 정부가 최근 슬그머니 기금운용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는 것으로 개정안을 바꿔치기해버렸다. 국가 경제를 뒤흔들 정도의 거대 자금을 민간에만 맡기는 데 대해 경제부처와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했다는 게 그 배경이다. 기금운용은 당초 계획대로 민간 전문가에게 맡길 것이기 때문에 독립성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기금 운용의 전문성은 살리겠다고 했지만 그걸 믿기는 어렵다.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민간 전문가들이 대통령과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펴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결국 국민연금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끌어다 쓸 궁리를 해왔던 정부 뜻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연금개혁을 단행한 캐나다·뉴질랜드·아일랜드도 독립적 기금운용위를 구성하는 등 연금기금에 대한 정부 간섭을 배제하는 것이 세계의 추세다. 캐나다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 대해 ‘연방 정부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법에 明示명시하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國債국채매입 금지조항까지 만들어 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킨다는 당초 약속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