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 look at this flower.”

엄마 4명과 아이 4명이 모인 곳에서 시끌벅적 영어가 흘러나온다. 특히 올해 5살인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외국에서 살다 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창하다. 네 아이들의 영어 비결은 바로 집에서 공부한 ‘엄마표 영어’. 홍선아(35, 소현 엄마), 김용원(35, 민재 엄마), 조아라(32, 지원 엄마), 유경화(29, 다희 엄마)씨는 비싼 영어유치원 대신 영어 품앗이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비싼 영어유치원에 보낸다고 해서 영어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며 “하루 30분이라도 엄마와 아이가 함께 꾸준히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품앗이교육 시작하며 영어유치원 그만두게 해

이들이 처음 모인 것은 지난 4월 무렵이었다. 유경화씨가 쑥쑥닷컴 사이트에 올린 ‘이중 언어 아이, 어떤 유치원에 보내야 할까요’라는 글을 보고 마침 같은 고민을 하던 홍선아씨가 연락을 했다. 다희와 소현이 모두 또래 친구들보다 영어 실력이 뛰어나 영어유치원에 보낸 뒤로 오히려 영어 실력이 퇴보하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고는 영어환경을 만들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고심 끝에 실력이 비슷한 아이들을 찾아 품앗이 교육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얼마 후 김용원씨와 조아라씨가 합류하면서 모임이 완성됐다.

엄마와 아이 8명이 모여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원씨, 홍선화씨, 조아라씨, 유경화씨.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영어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모임에서는 엄마도, 아이들도 모두 영어만 사용한다”는 규칙을 정했다. 다른 친구들과 놀 때는 한국말을 쓰는 아이들도 넷이 모이면 자연스레 영어를 썼다. 일주일에 1~2회 모여서 나들이를 가거나 엄마가 직접 선생님이 되어 요리, 미술, 과학실험 등 유치원처럼 수업을 하기도 한다.

모임을 시작한 뒤, 이들은 영어유치원을 그만두게 했다. 영어실력이 비슷한 네 아이는 한 가지 소재를 정해 그에 대해 대화하기도 하고, 역할극을 하는 등 놀면서 영어를 배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들은 한국어로 대화하게 됐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영어로 대화한다. 홍선아씨는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으니 사교육비가 절감되고, 실력이 비슷한 아이들이 서로 경쟁하고 배우면서 영어가 더 빨리 늘었다”고 자랑했다.

■엄마와 아이 모두 영어 실력 늘어 일석이조

모임을 시작하고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들은 ‘아이에게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긴 것’을 꼽았다. 유경화씨는 “아이가 영어는 집에서 엄마하고만 쓰는 말로 인식해 밖에 나가면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않아 걱정했었다”며 “모임에서 친구들을 만나 자연스레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영어실력도 부쩍 늘었다. 집에서 엄마와 둘이서만 공부할 때보다 말이 유창해지고 표현력이 풍부해졌다. 김용원씨는 “용재는 그동안 ‘No’라고만 했는데, 모임 첫날 다희로부터 ‘No, thanks’라는 표현을 배워왔다”며 “모임을 통해 서로 모르던 것을 배우게 돼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 아이들끼리 서로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 조아라씨의 딸 지원이는 첫 모임에 다녀온 뒤 “다희랑 소현이를 보니까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의 영어실력도 몰라보게 늘었다.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영어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었고, 때로는 아이들한테 배우기도 했다. 엄마들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 하는 말을 아이들은 아주 간단한 말로 표현해내기도 한다. 우리 아이 연령에는 어떤 영어책이 좋은지, 새로 나온 좋은 책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떤 체험활동이 좋은지 등 다양한 정보도 공유하게 됐다. 조아라씨는 “무엇보다 제 자신이 영어로 말하는 데 용감해졌다”며 “아이들의 영어실력뿐 아니라 엄마들의 자기계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