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5일, 31세의 젊은 기자 대니얼 앨트먼(Daniel Altman)이 전세계를 향해 박력 있게 외쳤다. “동작 그만!”

이날 그는 영국 런던의 한 아파트에 앉아 있었다. 24시간 동안 꼼짝 않고 전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경제 기사 700건을 내리 읽었다. (중간에 밥은 잠깐 먹으러 갔다.)

그는 자기가 읽은 기사 중에서 세계화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고 판단되는 기사 14건을 추렸다. 그가 “동작 그만!”을 외쳤다고 세계가 정말 우뚝 섰을 리 없다. 그래도 그는 현기증 나는 속도로 자전하는 세계 경제가 일순 정지했다고 치고, 스냅 사진 찍듯 재미난 장면을 뽑기로 했다. 그리고 숄더백에 랩탑 한 대, 휴대폰 한 대, 구두 두어 켤레와 수트 한 두 벌을 챙겨 넣은 뒤, 각각의 기사가 벌어진 현장으로 잽싸게 날아갔다.

그는 가령 이런 식으로 움직였다. “시리아 정부가 주식 시장을 열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고 다마스커스에 날아가서 증권거래소 설립 준비가 얼마나 진척됐는지 알아봤다. 그 뒤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 미국 메이텍사(社)를 인수할까 고려중”이라는 기사를 보고 중국 칭다오에 날아가서 하이얼 간부들에게 고속 성장 전략을 물었다.

그는 또 “브라질 집권당이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 야당에 뇌물을 줬다”는 기사를 보고 상파울루에 날아가서 정치 불안에 따른 주가 급락을 지켜봤다. “남아공 부통령이 수뢰 혐의로 사임한 뒤 ‘부패 척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다”는 기사를 보고 프레토리아에 날아가서 부패와 경제의 함수관계를 따져봤다.

이런 식으로 스웨덴·중국·동티모르·시리아·브라질 등 10여 개국을 돌며 기사에 관련된 사람 50여명을 만나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이 책, ‘커넥티드’(해냄)가 그 결과물이다.

햇볕 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맨해튼의 브라이언트 파크 공원에서 앨트먼이 “내 책은 한 마디로 ‘무대 뒤’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세계화에 대한 책은 대체로 두 부류입니다. 첫째, 세계화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책. 한마디로 ‘입장’이 있는 책이죠.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쓴 ‘세계화와 그 불만’,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가 대표적입니다. 둘째,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세계화 전체를 설명하는 책. 지금 제가 읽고 있는 ‘스시 이코노미’가 좋은 예지요.”

앨트먼은 “난 좀 다르다”고 했다. “세계화는 마냥 좋지도, 마냥 나쁘지도 않아요. 불가피할 뿐이죠. 저는 세계화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게 아니라 세계화를 ‘설명’하는 데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각각의 사건을 일으킨 동인(動因)을 해설했지요.”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이 된 2005년 6월 15일은 특별할 것도, 시시할 것도 없는 어느 평범한 하루다. 이 하루 동안 일어난 복잡다단한 사건을 죽 늘어놓은 뒤 앨트먼이 설파하는 바는 대략 이렇다. 우리들 각자는 거대한 지구 경제를 구성하는 60억 개의 톱니 바퀴이고,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피차 원하건 원치 않건 한 사람의 모든 행동은 즉시 다른 사람의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당신의 유일한 차이는 부시의 영향력은 크고 당신의 영향력은 작다는 점이다.)

앨트먼은 “화성에서 지구로 노동력이 유입되거나 지구에서 화성으로 통화가 흘러가지 않는 한, 지구라는 ‘닫힌 시스템’ 안에 있는 우리들은 아무리 작은 행동을 해도 반드시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고 했다.

“당신이 원하건 원치 않건 당신은 이미 세계화의 일부입니다. 신용카드를 한 장이라도 갖고 있나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글로벌 신용시장의 일부입니다. 가게에 가서 페인트나 카펫 같은 공산품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행위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선수’(player)입니다. 지금 우리 둘이 브라이언트 파크에 앉아서 산소를 들이쉬고 이산화탄소를 내쉬는 것만으로도 주위 대기의 구성비가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잖아요.”

어떤 의미에서 앨트먼의 책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앨트먼의 일상이다. 그는 “요새 어디 계셨냐”는 질문에 “지난 달엔 부에노스 아이레스, 이달엔 런던과 뉴욕에 있었고, 다음달에 잠깐 이탈리아에 들러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다음 캄보디아로 취재 여행을 갈 거에요” 라고 대답하는 사내다. 한마디로 ‘걸어 다니는 세계화’ 같은 인생이다.

고향은 미국 코네티컷주(州) 햄든. 아버지는 예일대 화학과 교수였다. 본인은 스물 다섯 살에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땄다. “매일 같은 동네에서 일어나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지루한 인생이 싫어” 학자가 되는 대신 기자가 됐다. 그는 이코노미스트지(誌) 기자를 거쳐 뉴욕타임스지(紙) 최연소 편집위원을 지냈다. 현직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紙) 칼럼니스트다.

그는 대부분의 업무를 재택 근무로 처리한다. 그런데 집이 한 군데가 아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아파트가 거점이지만, 홍콩 해변에도 조그만 집필실이 있다. 올초에 뉴욕에 있는 아파트를 팔았는데, 다시 살까 궁리 중이다. 그는 1년에 서너 번 누나가 사는 영국에 들르고, 1년에 한번은 “특히 좋아하는 도시”인 도쿄에 간다.

어느 도시에 있건 그의 일과는 동일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랩탑을 켜고 인터넷으로 전세계 금융 속보를 확인한 뒤, 이메일과 휴대폰으로 세계 각국의 전문가를 취재해서 칼럼을 쓴다. 기사를 다 쓰고 나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을 때는 해변으로, 홍콩에 있을 때는 산으로 향한다. 어느 도시에 있건 그 도시 자체에 대한 기사는 거의 쓰지 않는다. 그의 취재원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다. 거주지는 말 그대로 “그 동네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거기 살기로 선택한 장소에 불과하다.

“당신 빼고 당신처럼 사는 기자가 얼마나 되냐”고 묻자 그는 한참을 생각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많아야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요? 사실 저도 결혼하면 이렇게 못 살 것 같거든요.” 원제 ‘Conn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