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로콰이, 오아시스 등 다른 스타 밴드들도 새 음반을 디지털 음원 형태로만 발매하는 방안을 고려 중. 이런 분위기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승환, 이승철 등 대형 가수들이 새 앨범을 발표하면서 "음악 인생에서 CD로 발매되는 마지막 앨범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을 밝혔다. 지난 8월 탄생 25주년을 맞은 CD, 이제 관 속에 들어갈 운명인가? CD의 몰락은 LP시절부터 이어져온, 10여 개 노래가 수록된 앨범 위주 음악 청취 행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가수들 생각은 어떨까? 25명 가수들에게 설문조사를 벌여봤다.

◆CD 형태의 앨범, 앞으로 2장이 한계?

"CD 형태의 앨범을 앞으로 몇 장 더 발표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12명의 가수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CD 앨범을 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견해를 밝힌 13명 가수들의 예상치는 평균값을 계산해본 결과, 2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쯤 후에는 CD를 대체할 만한 매체의 점유율이 압도적일 것", "신곡을 충분히 만들었지만 앨범을 내지 않고 있다. 요즘 음악에는 시장이 없는데, 그것은 음악인에게 절망이기도 희망이기도 하다", "음반의 자체 생산이 중단되는 것은 시대의 대세", "수익보다는 팬들을 위해 3장쯤 CD 앨범을 내게 될 것"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음반이 사라진 세상의 음악

가수들은 대체로 “음반의 종말과 함께 음악의 가치도 하락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었다. “음반이 사라지면 음악이 갖고 있는 가치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인터넷에서 쉽게 통하는 가볍고 소모적인 음원만 발표될 것”, “음반이 사라지는 건, 가수의 이름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 인공적인 컴퓨터 음악이 사람의 감성을 지배하는 날이 올 것”,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통화연결음, 벨소리 등을 통해 1분 안팎의 짧은 음악을 감상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음반이 사라지면 1분은 커녕 30초, 10초짜리 음악만이 쏟아지지 않을까?”, “가수들이 노래 한 곡, 한 곡을 모두 히트시켜야 한다는 극도의 상업적 중압감에 짓눌릴 것”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소수의 가수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음반의 유무에 관계없이 음악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눈에 안 보이는 전파가 음악을 보다 보편화된 존재로 만들 것”이라거나 “꾸준히 음악을 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음악의 가치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음반이 없다면, 콘서트로 간다

가수들은 “음반이 사라진 시대의 바람직한 활동 방식”을 묻는 질문에, “TV를 떠나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직접 만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심 곳곳에 다양한 소규모 클럽 공연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간 가수들이 TV 오락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이제 TV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다”, “음반은 마니아들 소장용으로 멋지게 만들고, 수익은 공연을 통해 얻어야 한다”,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가수들이 뭉쳐서 브랜드 콘서트를 여는 등 공연 기획에도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무대에서 가수가 노래보다 특수효과를 앞세우거나, 방송사와 손잡은 공짜 콘서트가 확산된다면 콘서트 역시 음반의 뒤를 이어 생명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설문에 참여한 가수들

강타, 김C(뜨거운 감자), 김진호(SG워너비), 김창완, 김현철, 남규리(씨야), 드렁큰 타이거, 바비 킴, 박선주, 변진섭, 신연아(빅마마), 심현보, 아이비, MC몽, 유노윤호(동방신기), 윤도현(YB), 윤미래, 윤하, 이선규(자우림), 이승기, 이적, 이한철, 정지찬, 조유진(체리필터), 주석/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