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자에겐 두 가지가 한꺼번에 찾아 옵니다. 머리꼭지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대머리 증세, 그리고 조기 은퇴의 불안감입니다. 그것들이 앙상해진 가슴을 덮칠 때(가슴 부분에 뭉쳐 있다고 믿었던 근육들은 대개 배꼽 근처로 내려가 있지요), 건강 요리법에 관심을 쏠리고, 마누라에게 털어놓지 못한 비밀들이 마음 한 켠에서 딱딱하게 굳어갑니다. 이번 주는 프랑스 여류작가 니콜 드뷔롱(de Buron)이 쓴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푸른길)를 권해드립니다.
‘공감 제로’일 하이틴 독자만 아니라면, 한번 손에 잡으시면 박장대소 유머 만점에 감동과 재미가 절절하게 당신을 뒤흔들어 놓을 것입니다. 지하철로 출근하다가 광화문 역에 내리지 못하고 서너 정거장 더 가게 만든 책은 금년 들어 이 책이 두 번쨉니다.
드물게 보는 2인칭 소설인데요, 주인공은 ‘당신’이라고 불리는 여성입니다. 이중 턱에 임신 6개월쯤 돼 보이는 불뚝 배, 팽팽한 피부, 게다가 요리는 전혀 못하고, 독선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녀의 남편은 출판사 사장인데요, 50대 중반에 조기 은퇴를 당하고 맙니다. 삼십팔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이 남자 때문에 부부 사이에 일대 변화가 일어납니다. 여자는 서방님에게 맞추려고 하루 일정을 다시 짜야 하고(혼자서는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없거든요), 그 남자에게 소일거리도 주어야 하고, 한번도 진지하게 방문해본 적이 없는 쇼핑센터에 적응하도록 도와야 하고, 새 식구로 들여놓은 불도그와 라이벌 의식도 견뎌야 하는 일 등입니다.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지 않은 남자란 여자에게 골치덩어리라는데요…, 암튼 무쟈게 재미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이시다 이라가 쓴 장편 ‘엔젤’(황매)입니다. 허공에서 영혼이 되어 깨어난 주인공 가케이 준이치가 자신의 육체가 캄캄한 숲 속에서 수상한 사내들의 손에 암매장 당하는 광경을 목격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일본 소설은 유체이탈한 영혼이 자신의 현세 삶이나 영계(靈界)의 경험을 후술하는 식으로 많이들 씁니다(물론 만화도 이런 스토리가 많습니다). 이어 준이치의 영혼은 자신이 태어나던 날 분만실의 광경을 목격합니다. 그는 왼쪽 발에 선천성 내반슬이라는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탄생하는 순간 목숨을 잃습니다. 아버지 가케이 준지로 씨는 냉혹무비한 수법으로 악명이 높은 M&A전문가입니다. 대재벌인 아버지는 성인이 된 아들 준이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들은 절치부심 1인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젊은 오너로 성공합니다. 그러나 영혼의 기억은 자신이 죽기 2년 전에 멈춰 버립니다. 그 비밀을 파헤치면서 세계적인 영화감독의 신작 영화, 엄청난 투자 자금, 그리고 조직폭력단, 미모의 여성이 서서히 전모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역자가 그랬네요. “몰라도 되는 일은 모르는 채 사는 것이 제일가는 행복”이라고요.
(ki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