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이 구속된 6일 국세청은 말문을 닫았다. 주요 간부들은 “우리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겠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밤늦도록 주요 간부들이 남아 자리를 지켜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사는 대낮처럼 환했다. 한 과장급 간부는 “초상집 같다”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전 청장은 이날 구속 수감되면서 1966년 국세청 개청 이후 퇴임식 없이 사퇴한 첫 국세청장이 됐다. 현직 국세청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후임 논의까지 불거지면서 국세청은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이날 “청장께서 며칠 전부터 사퇴 결심을 굳혔다”며 “법원의 판단(영장실질심사)까지 기다린 것이지 자리에 연연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 청장은 상납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지난 1일 소환 조사를 받고도 “결백하다”며 사퇴하지 않고 정상 근무를 했다. 이날 부산지법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도 현직인 상태에서 출석했다. 전 청장은 그러나 지난 5일 퇴근하면서 거취에 대해 “(이번 사건이) 귀결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빨리 국세청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싶다”고 말해 사퇴를 예고했었다.
전 청장의 후임에 대해 국세청 내부에서는 한상률 국세청 차장의 승진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 과장급 간부는 “흔들리는 국세청을 다잡으려면 차장이 청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오대식 서울지방국세청장, 권춘기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기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상납 비리로 국세청의 수장이 물러난 만큼 내부 승진은 국세청의 기대일 뿐 쇄신을 위한 외부 인사가 적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6월 사퇴 이유에 대한 갖가지 추측을 남기고 전격적으로 퇴임한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 이어 전군표 청장이 검찰 수사로 사퇴하는 것이라 조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 세제실 전·현직 간부 2~3명도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국세청장이 구속돼 낙마(落馬)한 전례가 없어 후임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