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국 문인들의 문학 수도로 떠오른다. 오는 11월 7일부터 14일까지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AALF)은 국외 문인만 70명 넘게 참석하는 대형 국제 문학 축전이다.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소설 ‘홍까오량 가족’을 쓴 모옌(莫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에 문학으로 저항했던 남아공 작가 루이스 응코시, 월남전에 소년병으로 참전했던 베트남 여성 소설가 레 밍 쿠에 등 각국의 유명 작가들이 대거 참석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국가간 분쟁이나 인종 갈등, 소수민족 탄압 등으로 고통받은 경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가들이 주로 초청됐다.
작가들은 9일부터 행사장인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디아스포라(이산), 여성, 언어, 평화, 분쟁지역 등 5개 주제 아래 집단토론을 갖고, 11일 ‘전주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공식행사를 마친다.
언어 분야 기조발제를 맡은 남아공 작가 루이스 응코시는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80년대에 흑인 소년과 백인 소녀가 성관계를 나누는 작품을 썼다가 국외로 추방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그는 미리 배포한 ‘문화의 불번역성’이란 글에서 서로 다른 두 문화간의 소통 수단으로서 언어가 지닌 한계를 지적한다. 응코시는 그의 작품 ‘만델라의 자아’에 나오는 남자 시게벵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성적인 모욕을 준 남자를 폭행한 후 법정에 서는 장면을 예로 든다. 응코시가 속한 남아공 줄루족의 도덕은 이럴 경우 반드시 응징을 하도록 돼 있으므로, 오히려 폭력을 쓰지 않으면 유죄가 된다. 작가는 따라서 ‘유죄’와 ‘무죄’라는 용어는 문화적으로 번역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인류의 동질성을 이해하게 하는 것은 균질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이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이슈”라고 주장한다.
중국 작가 모옌은 ‘이산(離散)과 문학’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이산문학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문학이 세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살만 루시디(파키스탄�영국), 네이폴(영국령 트리니다드�영국), 하진(중국�미국) 등 모국을 떠나 타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이산 문학의 성공사례로 꼽았다. 그는 모국의 기억을 갖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이산 작가들의 문학에 대해 “동서양을 초월한 문학이고 또한 경계선을 넘는 문학으로서 변방문학인 동시에 중심문학이고, 이것이 곧 하나의 새로운 형태의 세계문학”이라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 여성 소설가 셀리나 호세인은 ‘남아시아의 여성들’이란 발제문에서 가난한 제3세계 국가의 여성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신음하는 남아시아 여성들의 실상을 고발한다. 인도에서는 6시간마다 한 명꼴로 기혼여성들이 불에 태워지거나 구타 당해 죽는다. 방글라데시에서는 47%의 여성이 가족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 호세인은 “남아시아의 여성문학은 이런 상황과 관련돼 발전해왔다”며 “남아시아 여성들에 의해 쓰인 문학은 사회인식이 (남성이 쓴 작품들에 비해) 더 깊고 다차원적”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사고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래 여성의 영역 밖에 있는 것으로 치부되던 환경, 부패, 정치와 경제적 이슈 등으로 관심을 확장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공식행사를 마친 작가들은 13~14일 이틀간 한국문화 체험 행사에 참가한 뒤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