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에선 북 장단을 몰아가며 춘향가 중 ‘쑥대머리’나 ‘사랑가’쯤은 뽑아내야 멋쟁이로 통한다. 남원은 판소리 춘향가와 흥보가의 산실이자, 조선 후기 가왕(歌王) 송홍록이 동편제의 문을 연 곳이다. 일제 강점기 이후에만 김정문 이화중선 박초월 강도근 안숙선 강정숙 오갑순 이난초 등 숱한 명창들을 배출해냈다.
남원시가 오는 31일 지리산 입구 운봉읍 화수리 산자락 7만4540㎡에 ‘국악의 성지’를 개장한다. 판소리 본고장으로서 국악의 역사를 집대성하고 명인·명창들을 기리면서, 전통 음악을 연수·체험케 하는 전문 공간으로 삼겠다고 최중근 시장은 밝혔다.
문화관광부 후원 등 모두 105억원을 투자해 3년여 만에 조성한 이 공간의 핵심 시설은 국악전시체험관(지상 2층, 연면적 1543㎡). 각종 국악기와 국악 자료, 명인·명창의 유품을 합쳐 300여점을 전시한다. 2층 공연장 및 체험실(5실)에선 앞으로 매일 오전·오후 1시간씩 남원시립국악단원들이 공연하고, 관람객들이 소리와 악기를 익히게 한다.
국악 수련생들이 ‘독공(獨功)’할 수 있도록 인공 동굴 3개도 돌로 쌓았다. 잔디광장에선 수시로 ‘국악한마당’을 연다. 참배시설로 옥보고 등 국악 성현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과 명창·국악유공자들을 위한 납골묘도 세웠다. 운봉은 통일신라 거문고의 대가 옥보고가 50여년간 곡을 지으며 제자들을 길러낸 곳으로(삼국사기), 송홍록 박초월의 생가도 복원됐다.
남원시립국악단원 43명이 이곳에 상주하며 공연·체험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주말·휴가철에 학교·단체 예약 등을 받아 국악 강좌를 열고 국악 학술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전국 규모 국악제도 열 계획이다. 국악인 마을과 수련생을 위한 민박촌 등도 구상되고 있다. 지리산과 국악유산을 묶어 새 체험 관광거점을 가꿔간다는 게 남원시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