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바꾸러 왔어요.” “왜 바꾸려고 하나요?” “작아서 입을 수가 없어요.”

“여기 앉으세요.” “아니요, 괜찮아요.”

23일 충주시 연수동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에 모인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따라 ‘생활 한국어’를 한창 복창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2년 된, 주로 20대 초반의 베트남·필리핀·중국·일본·인도네시아·태국·몽골 출신 결혼 이민자들이다. 이들은 나흘 전, 조선일보·대한출판문화협회의 공동 캠페인 ‘거실을 서재로’ 추진운동본부(공동대표 김문순·박맹호)와 한국P&G(대표 김상현)로부터 ‘작은 도서관’을 꾸릴 서가와 책 선물을 받았다.

“많이 기뻤어요. 아이들이 책 읽어주는 거 너무 좋아해요. 고맙습니다.” 태국 출신 탄야(29)는 제법 능숙한 우리말을 쓰면서도 “지금도 열심히 배우셔야(배워야) 해요”라고 했다. 그녀는 남편을 도와 농사를 하고, 다섯 살, 두 살 된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버스를 갈아 타고 1시간 20분 걸려 매주 이틀씩 이곳에 와서 한국어를 배운다는 그녀는 “책을 읽어 주면서 엄마(나)도 배울 수 있어 좋아요”라고 했다.

지난해 3월 센터 개소 이후 줄곧 자원봉사를 해 온 김예경(48)씨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동안 정규 한국어 교재가 좀 딱딱하다고 느꼈고, 한국어가 서툰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미취학 아이들을 보면서 참 딱하다 싶었어요. 그래서 책을 보고 더 반갑고 행복했습니다.”

▲ 충주시 결혼 이민자 지원센터에 모인 이민자 여성들과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은“때마침 보배로운 책 선물을 받아 우리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반색했다.

이곳에 1차로 지원된 500권은 ‘한지돌이’(보림) ‘위대한 발명품이 나를 울려요’(사계절) ‘우리아이 어떻게 키울까’(보리) ‘한국어 교육론’(한국문화사) 등 유아·초등학생·청소년·육아·한국어교육을 포괄하는, 이민자 센터의 희망에 맞춘 다양한 도서들이다. 낯선 땅에서 가족을 돌보고 들판·제과점·김치공장에서 힘든 노동도 하는 이민자 회원 140명이 한국 문화에 보다 좀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 ‘작지만 큰’ 도서관이다.

송문영(39) 이민자 센터 사무국장은 “이런 소중한 자산을 잘 관리하려고 책마다 일련번호를 매기고 분류·정리 작업을 하느라 바빠졌지만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하고 말하면서 “도서관 지원 소식이 충주 일대에 쫙 퍼져 회원도 더 늘었습니다”고 했다. 이민자 센터는 한국어뿐 아니라 요리·환경·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지원된 책 중 각종 프로그램에 쓸 교재도 봉사자들과 함께 고르고 있다”고 송 국장은 덧붙였다.

“빱(밥) 먹었어요?” “빨래를 쌀마요(삶아요).” 진지한 면학 분위기 중엔 때로 어색한 된발음 때문에 폭소가 터지곤 했지만, 이들은 이내 한국어를 또 읽고 따라 하는 데 열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