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활용하여 지난 8월 초순에 세계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울산 제자들 40여 명과 함께 호주, 뉴질랜드 세계문화탐방을 다녀왔다. 뉴질랜드의 유황온천 도시인 로토루아, 마오리 민속춤, 레드우드 삼림욕, 남섬의 마운트쿡, 장엄한 피요르드국립공원, 푸카키호수의 번지점프대 등을 둘러봤다. 호주에서는 블루마운틴국립공원, 아나베이사막투어, 포트스테판의 크루즈에서 바라본 돌고래쇼 등이 인상적이었다. 하나같이 무공해의 대자연이 안겨주는 아름다움 감동이었고, 다시 한번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여행을 다녀온 뒤 지금까지도 깊게 인상이 박힌 것을 꼽으라면 세계 3대 미항(美港)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시드니항의 ‘오페라하우스’다. 그 우아하고도 빼어난 기교미는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잠시 본 황금독수리 모양의 베를린 필하모니의 연주홀과 쌍벽을 이룬다. ‘잘 사는 나라는 다르구나’하는 부러움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소득으로만 보면 울산도 독일과 호주와 비슷한 수준인 ‘4만 달러’ 도시다. 그런데 왜 울산은 그런 멋진 오페라하우스를 가지지 못한 것일까. 울산은 바다와 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 ‘한국의 산업수도’를 자처해왔다. 울산도 이제 세계적인 랜드마크 하나쯤 가져야 할 때다.
금년 봄 울산의 한 지방언론사 창간기념 시민여론조사에서 ‘울산에 살고 싶다’고 한 연령층은 20대가 가장 낮았고, 다음으로 30대였다. 기피이유가 눈에 띄었다. 50대 이상은 ‘집값의 급상승’을 꼽은 반면 20대는 ‘문화시설결핍’, 30~40대는 ‘교육시설 취약’이라고 답했다. 울산의 미래를 이끌고 갈 계층인 20~30대가 문화와 교육인프라의 열악함을 제시하였다는 것은 지역 행정가와 정치가들의 안이한 자세를 꼬집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 때마다 “21세기는 문화컨텐츠의 시대”라고 외치던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울산에 산 지 벌써 만 2년이다. 아파트의 현대적 삶에 있어서는 울산이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문화시설의 절대 부족은 심각한 정도다.
지난 주 경남 남해시가 유배문학관을 짓겠다며 학술세미나 주제발표를 필자에게 요청해왔다.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지금껏 울산광역시에는 시립도서관이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겨우 이제서야 울산의 공공도서관장들이 “우정동 혁신도시를 건설할 때 시립도서관도 반드시 갖춰달라”는 건의를 했다고 한다. 이러고도 울산이 과연 한국의 7대 도시 가운데 하나인가를 심각하게 반성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