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두뇌 이민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적극적으로 ‘구인(求人)’ 작전에 나섰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Barroso) EU 집행위원장은 23일 EU 의회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에서 “EU는 조만간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게 돼, EU 차원에서 즉각 대응해야 한다”면서 숙련 이민자들에게 노동·체류 허가를 쉽게 내주는 EU 블루 카드(Blue Card)의 도입을 제안했다. 미국의 그린 카드(영주권제)를 본뜬 것으로, EU 깃발의 바탕인 파란색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바로수 집행위원장은 “지금 숙련 이민자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로 간다. 왜”라고 반문하면서 “EU는 27개국 회원별로 각기 이민 절차도 달라 별로 매력적인 이민 대상국이 못 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EU 관리들은 “현재 전 세계 비숙련 이민자의 85%가 EU로 오고 미국에는 5%만 가는데, 숙련 노동자는 55%가 미국으로 가고 오로지 5%만 EU로 온다”고 말한다.
저출산·노령화로 ‘늙어가는 유럽’은 2030년까지 노동력 2000만명이 부족하다.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식 경제를 선도하려면,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지에서 두뇌 이민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EU 주장이다.
그러나 나라마다 이민 주권은, 쉽사리 양도·포기하지 않으려는 민감한 분야다. 독일은 범(凡)유럽 차원의 이민 정책에 회의적이다. 지난달 미카엘 글로스(Glos)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은 어느 특별한 시점에만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로 하지, 그렇게 많은 숫자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동유럽의 신규 EU 회원국에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을 개방한 영국 정부 내에서도 “솔직히 EU 제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BBC방송은 보도했다.
◆EU 블루 카드란?
비(非)유럽권 출신의 의사, 엔지니어, IT 전문가 등이 대상이다. 노동 및 체류 허가를 30~90일 이내에 내주고, 블루 카드를 발급 받으면 90일 이내에 가족도 데려올 수 있다. 블루 카드 기간은 2년이고, 연장할 수 있다. 5년 일하면 영주권을 준다. 또 EU 내 한 나라에서 처음 2년간 일하고, 다른 EU 국가로 직장을 옮겨갈 수도 있다. 애초 블루 카드를 받으려는 나라에서 1년 이상 근로 계약을 체결하고, 그 나라 최저 임금의 3배 이상 연봉을 받아야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