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24일 안보경영포럼 강연에서 "3~4개국 정상들의 終戰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을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적·상징적 선언을 의미한다"며 "3~4개국 정상들이 그런 선언을 했다고 해서 군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남북 군사력 대치와 북핵이 그대로 있는데 전쟁 상태가 끝났다고 선언하자는 얘기다. 지금 청와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이란 것이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몇 시간 후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백 실장의 발언이) 혹시 와전된 것 아니냐"고 했다. 상식에 맞지 않아 믿기 어렵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송 장관은 "일반적인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을 할 때는 분명한 논리와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송 장관은 "종전선언을 하려면 정치적, 군사적, 법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외교부는 이미 정상들의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사실 입장을 정리할 것도 없이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들이 청와대 정치 쇼에 들러리를 서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는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은 북한 핵무기와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한 폐기"라고 못박았다. 정치 쇼엔 관심 없다는 얘기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의 양해도 받지 않고 남의 나라 정상과 관련된 합의를 했다는 것도 외교적으로 무례한 행위다.

그런데도 백 실장은 "11월 중순 미국에 다녀오면 종전선언을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들의 관심은 '임기 내'에 있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북핵 해결 전망이 명백해지고 남·북·미·중 간의 군사적·법적·정치적 협의가 끝난 다음에 가능하다. 그때가 노 대통령 임기 내가 되건, 임기가 끝난 후가 되건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다. 청와대가 '임기 내'에 집착하는 것은 개인 욕심을 국가보다 앞세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