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 오른쪽으로 패스해야지!” “조금만 더 가운데로 뛰어!”
실내 체육관이 소리로 가득 찼다. 주황색 안대로 눈을 가린 선수들이 소리를 질러가며 축구를 하고 있었다. 특수 처리된 공이 움직일 때마다 달그락 소리가 났고, 그때마다 선수들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골대 뒤에 서 있던 ‘가이드 매니저’가 공의 방향을 알려주며 수시로 고함을 쳤다. “옳지! 조금 더 왼쪽으로!”
23일 오후 인천 남구 도원실내체육관에서 제2회 아시아 시각장애인 축구대회가 시작됐다. 2년 전 베트남 호치민에서 1회 대회가 열린 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것. 2014년 열리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기념해 인천에서 열리게 됐다.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이란 등 4개국에서 90여명이 참여했다.
대회 첫날인 이날, 경기는 한국과 이란의 대결로 시작됐다. 양 팀 선수들은 ‘소리를 따라’ 뛰면서 공을 차고 땀을 흘렸다. 공에서 나는 소리와 가이드 매니저의 함성으로 경기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시각장애인 축구의 규칙은 일반 축구경기와 다르다. 5명이 한 팀을 이뤄 가로 20m, 세로 40m 크기의 경기장에서 뛴다. 골대와 공 모두 일반 축구경기에서 사용되는 것보다 작다. 모든 선수가 안대를 착용한다. 시각 장애 정도에 따라 빛을 흡수하는 정도가 달라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선수들은 축구공 안에서 나는 방울 소리를 듣고 달린다. 골대 뒤에서 가이드 매니저가 선수들에게 공의 방향을 알려준다. 골키퍼는 시각장애가 없는 선수들이다.
전반 종료 직전, 14번 김경호 선수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공을 몰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그가 상대팀 선수와 부딪혀 넘어졌고, 패널티킥을 얻어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골~ 인!”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경기는 ‘2대 0’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김 선수는 “베트남에서 열린 1차 대회 때부터 호흡을 쭉 맞춰온 동료들이라 마음이 잘 통한다”며 웃었다.
한국시각장애인 스포츠연맹 권인희 회장은 “시각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맘껏 달려보고 싶다는 충동과 욕망을 갖고 있지만 매순간 좌절을 겪는다”며 “시각장애라는 물리적 장애와 심리적 장애를 이겨내고 고된 훈련을 통해 인간 승리를 이뤄낸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