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고법에서는 2002년 4월15일 김해에서 추락하여 13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중국국제항공기 추락사건 가운데 희생자 고 김용익씨 등 6명의 유가족들이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부산지법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법리의 설시 없이 위자료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유가족 각자의 위자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희생자 자신의 위자료만을 1억5000만원으로 책정하여 상속분으로 배분하였다. 한 유가족은 “이제 싸워야 할 대상은, 중국국제항공(CA)도 로이드(Lloyd’s) 보험회사도 아니고, 바로 우리나라 법원”이라며 울먹였다.

위자료 1억5000만원이라는 액수는 이른바 법원의 가이드라인으로 위자료가 5000만원 상한선에 묶여 있는 현실에서는 약간 진일보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김해 항공기 추락사고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대만에서 발생한 ‘중화항공’ 추락사고 손해배상액에 내재된 위자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일본 법원에서는 여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사고에서도 우리보다 5배나 되는 기준을 택하고 있고, 항공기 추락사고에서 위자료는 그보다 훨씬 높다.

10년 전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KE 801 사건에서도 미국 법원에서는 한국법을 적용하면서도 한국 법원이 위자료 표준으로 정해 놓은 5000만원을 배척하고 그보다 15~30배에 이르는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물론 미국 법원에서 미국법을 적용하여 내리는 여느 항공기 추락 사망사고에서는, 위자료가 괌사고 손해배상의 2배에 이른다. 1983년 사할린 근해 상공에서 격추된 대한항공 KAL 007기 사건에 대해서도, 미국 법원은 희생자 1인당 9억원 내지 100억원의 위자료가 지급되도록 했다.

항공기 사고는 대형 참사를 유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테러와 관련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를 막는 것이 인류 공동의 과제이므로, 선진국 법원에서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위자료를 높게 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10년 전에 OECD에 가입하여 선진국 대열에 섰고,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에서는 어째서 위자료가 이처럼 바닥이란 말인가. 어째서 경제적 여건이 우리보다 못한 대만에 비하여 위자료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인가.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구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법원의 후진성에 있다고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위자료 수준을 우리의 5배 가까이 정해놓고 2~3년에 한번씩 올리고 있지 아니한가. 위자료 상한선이 책정된 지 이미 여러 해가 흘렀는데도, 우리 법원은 아직도 이를 고수하고 있으니 인권을 보호해야 할 법원이 오히려 인권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에서 최대의 잘못 가운데 하나는 바닥에 머무르게 된 위자료의 법리를 설시하지 않은 것이고, 또 하나는 희생자 자신의 위자료 외에 유가족 각자의 위자료를 별도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유가족 위자료를 따로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희생자 위자료만 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재판 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가족이 대법원에 상고할 이유는 충분히 있으므로, 상고하는 경우 대법원에서는 본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 법리에 맞게 재판을 다시 할 것을 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