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은 저마다 ‘도요타 따라하기’에 골몰하고 있다. 제조업체이지만 작년 순익만 연간 13조원을 올렸으니 모두가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도요타의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6월 일본 도요타 본사를 방문했을 때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엄청난 생산성에 비해 임금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이었다.

도요타는 현대자동차보다 대졸 초임이 20% 정도 낮았지만 생산성은 40% 이상 높았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 경쟁력을 가진 업체가 싼 비용으로 높은 효율성을 보이니 잘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임금이 오를 대로 오른 우리 입장으로선 임금 인상을 자제할 수는 있겠지만 더 깎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살 길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대안은 높은 임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빼어난 기술력을 갖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진부한 전통기술은 이제 국제경쟁에서 쓸모 없는 녹슨 무기일 뿐이다. 우리의 미래경쟁력은 첨단기술, 특히 원천기술이 되어야 한다.

원천기술은 이제 제품의 핵심경쟁력을 구성하는 생산요소인 것만이 아니다. 그 자체로 기업의 수익성과 미래 생존력을 좌우하는 결정변수다.

휴대전화에 쓰이는 핵심 원천기술 중 하나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개발자인 퀄컴에 우리나라 이동통신 사업자가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만 지난 6년간(99~05년) 7억5700만 달러(약 6960억원)를 지불했다. 또 핵심 반도체 칩 구입에 지불한 비용도 18억2600만 달러(약 1조6800억원)에 달한다. 이 기술 하나의 개발만으로 조그마한 전자회사였던 퀄컴은 미국의 100대 전자기업에 진입했다.

원천기술은 특허를 통해 국제사회에서도 철저히 보호받는다. 원천기술에 대한 사용료는 대신할 기술이 없을수록, 또 제품 성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치솟는다.

제조력과 마케팅력으로 시장을 장악한 뒤, 골치 아픈 원천기술은 돈을 주고 구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원천기술을 돈 주고도 못 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요즘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최대 목표는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개발이다. 이미 일부 시험 생산이 시작되고 있는데 이 차량 개발에서 핵심은 엔진을 연료전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 연료전지를 만드는 데 다시 핵심 중 핵심이라 할 기술이 점화를 시켜주는 촉매를 제조하는 기술인데 이를 캐나다의 한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연료전지 차를 개발하더라도 캐나다 업체가 기술을 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뒤늦게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촉매 기술 개발에 목을 매다는 것도 원천기술의 위력 때문이다.

향후 우리의 미래는 원천기술의 개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 우리경제를 일으켰던 것이 제품 수출이었다면, 이제부터 그 역할은 기술 수출이 대신해야 한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기업들은 저마다 타고난 생존의 더듬이로 원천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도 크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에 관한 한, 정부의 노력과 성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새롭게 바뀐 국제환경에서 이제는 핵심과 기본에 한걸음 다가서야 한다.

나눠주기 방식을 뛰어 넘어 누가 더 나은가를 따진 뒤 선택하고 집중하는 탁월성 위주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는 선진국 진입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