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Gore) 전 미국 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둘러싸고, 미 정치권이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어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외면한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에게 ‘한 방’ 먹였다”고 환호하는 반면,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과 보수파는 “노벨 평화상이 ‘정치적 트로피’로 전락했다”며 수상 의미 축소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진보진영
미국의 주요 언론은 앨 고어 전 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노력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을 환경 문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무관심과 대비시켰다.
워싱턴 포스트는 13일 부시 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것은 그의 큰 실패 중의 하나라며, 고어 전 부통령의 노벨상 수상이 "인기 없는 대통령에게 또 한 번의 좌절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기후변화 문제는 개인이나 과학자 집단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맡아야 하는 임무인데 부시 대통령은 그 임무 수행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고어 전 부통령이 속한 미국 민주당은 그의 노벨상 수상이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 실패를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후보들은 별로 유쾌해 하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Clinton) 상원의원은 고어 전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현재 훌륭한 후보들이 경쟁을 하고 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공화당·보수진영
고어의 수상을 바라보는 공화당 등 보수파의 심기는 불편하다. '폭스 뉴스'의 진행자 스티브 두시(Doocy)는 지난 주말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앨 고어와 야세르 아라파트(Arafat·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저 '미친(crazy)' 지미 카터(Carter·민주당 출신 전 미 대통령)의 공통점은? 바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두시는 이외에도 코피 아난(Annan) 전 유엔 사무총장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ElBaradei)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등 최근 수상자 대부분이 '반(反)부시' 성향이라고 주장하며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전했다.
뉴질랜드 정치연구소의 뮤리엘 뉴먼(Newman) 소장은 "영국 고등법원이 지난 10일 (고어가 제작한 환경다큐멘터리)'불편한 진실'에 9가지 과학적 오류가 있다고 판결했다"며 "이 영화에 수여한 오스카상(다큐멘터리 부문)을 취소해야 한다"는 서한을 며칠 전 아카데미상 위원회에 보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앞서 영국의 한 학부모는 영국 정부가 '불편한 진실'을 학교에서 상영하려 하자 다큐멘터리의 일부 내용이 과학적이지 않다며 상영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