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장편 ‘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Grass)는 오는 16일 80번째 생일을 맞는다. 그는 최근 독일 슈타이들 출판사에서 12권짜리 ‘귄터 그라스 작품집’을 냈고, 지난 12일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지난해 말 출간한 자서전 ‘양파껍질을 벗기며’에서 소년 시절 나치 친위대로 복무한 사실을 털어놓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영국작가 도리스 레싱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의 고은 시인은 여러 해 동안 후보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작가와 작품을 아는 것이 있는가.
“독재정권 시절에 감옥에 있었다는 한국 작가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일제 치하 청소년기를 보낸 내용을 기록한 작품을 읽은 적도 있다. 한국작가 이름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 작가들도 당연히 노벨상을 받아야 하고, 또 차례가 돌아가지 않겠나.”
―최근 남북 정상이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한국 통일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2002년 한국에 가서 휴전선을 보았다. 한국 통일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7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 도대체 무슨 진전이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만남의 과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사소한 여행이나 기업간 관계 맺기가 쌓여서 통일이 이뤄진다. 나는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 문학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가.
“독서를 대체할 수 있는 활동은 아무것도 없다. 그림이나 활동사진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독서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상상력을 개입시키는 행위이다.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노동을 요구하는 일이다. 청소년기에 이런 노동을 거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이룰 수가 없다.”
―당신의 다음 작품은?
“한국에서 내 작품을 꾸준히 읽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지금도 나는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다만 나는 ‘다음 작품’에 대해서 한마디도 미리 말해본 적이 없다.”
―오는 12월 한국은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른다.
“남북의 화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여기에서 반 발자국이라도 뒤로 간다면 역사적인 불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