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사 사무라이들은 몇 날을 굶어도 방금 식사를 끝낸 것처럼 시늉하라고 배웠다. “어린 새는 먹이를 찾아 울지만 사무라이는 이쑤시개를 물고 있다”는 속담이 거기서 나왔다. 메이지 천황시대 해군장관 가쓰 가이슈(勝海舟)는 가난한 사무라이 아버지를 둔 탓에 어릴 적 동냥을 해야 했다. 그가 구걸 길에 개에게 물려 수술을 받게 되자 아버지는 “울면 사무라이로서 부끄럽지 않게 널 죽여 주겠다”며 시퍼런 칼날을 들이댔다.

▶일본 거지들은 웬만해선 행인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명(命)이 길면 수치도 많다”는 사회 인식 때문이다. 거리의 도사인 양 남이 버린 신문이나 만화책을 주워 유유자적 읽다가 누가 보지 않을 때에야 할인점 쓰레기통에서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을 뒤지는 식이다. 한 한국인 유학생이 일본 거지에게 이불 보따리를 준 뒤 오갈 때마다 지켜보니 일곱 달 지나 한겨울이 돼서야 이불을 펴 덮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새벽 3시. 열흘 동안 먹지 못했지만 아직 살아 있다.’ 뉴욕타임스가 일본 기타규슈(北九州)의 자기 집에서 지난 7월 굶어 죽은 채 발견된 52세 전직 택시기사의 일기를 실었다. 마지막 6월5일치 일기는 ‘25일간 아무것도 못 먹었다. 주먹밥이 먹고 싶다’였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던 그는 작년에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월 63만원씩 받다 돈이 석 달 만에 끊기자 집 근처 길가의 풀을 뜯어먹고 연명했다고 한다.

▶기타규슈 시당국은 “보조금 지급 중단은 그가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기는 ‘일자리를 찾아보려는데 보조금을 끊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은 빨리 죽게 하려는 것일까’라고 썼다. 기타규슈에선 지난해 공무원에게 무릎을 꿇어가며 보조금 지급을 애원하다 거절당한 68세 할아버지가 집에서 굶어 죽은 일도 있었다. 일본에 빈부 격차가 커가면서 생보대상자가 2000년 0.84%에서 작년 1.18%로 늘었지만 기타규슈는 0.02% 줄어 복지정책 모범사례로 주목받았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에선 생보제도가 ‘자격’이 아닌 ‘동냥’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굶어 죽은 일본인의 이면엔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돌아보지 않는 공무원들의 냉랭한 자세가 있다. 누구든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사람은 굴욕적 인간으로 여기는 일본인들의 ‘체면’ 의식도 배 있다. 복지문제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는 수식어나 복잡한 제도보다 따뜻한 마음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는 걸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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