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기본적으로 영토의 개념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지난 8월의 ‘NLL이 영토개념이냐, 안보개념이냐’ 논란을 다시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 발언은 특히 김장수 국방장관이 8월 국회에서 “NLL은 영토 개념”이라고 밝힌 것과 상반되는 것으로, 오는 11월 열릴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NLL 유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방부에 압박을 가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는 유엔사의 공식 입장과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NLL이 남북 간에 50여 년간 지켜져 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비무장지대(DMZ)에서의 군사분계선(MDL)과 같이 확고히 지켜나간다는 입장이며, 유엔사도 NLL이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NLL이 유엔군의 월경(越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작전 금지선으로 출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몇 가지 점에서 국민들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NLL 설정 과정에서도 실제로 실리를 취한 것은 북한이라는 것이다. 당시 유엔군이 서해상과 섬들에 대한 제공권과 제해권을 모두 갖고 있었는데 점령하고 있던 38도선 이남의 황해도 인접 해역 섬들에 대한 통제권을 북한에 양보, 북한이 당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1953년 NLL 설정 이후 북한이 의도적으로 NLL을 침범한 경우를 제외하곤 지난 50여 년간 NLL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왔던 점도 지적된다. 1984년 9월 북한 적십자사가 수해물자를 우리에게 인도하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북측 호송선단이 NLL 선상에서 인수·인계했던 것 등이다. 안병태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전 해군참모총장)은 “NLL은 북한이 73년 서해사태 도발 때까지 20년간이나 이의제기 없이 묵종(默從)했었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도 해양경계선으로 효력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다음달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NLL 재설정 문제에 대한 남남갈등을 다시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