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짜리 딸을 둔 김은희(33)씨는 둘째 임신 사실을 알고 기뻐했지만 시어머니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딸이어도 좋다”는 김씨 부부와 달리 시어머니는 “둘째는 아들을 꼭 낳아야 하니 빨리 성감별을 해봐라”며 압박하고 있다.

김씨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아기가 건강하게 자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산부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다양하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 기형아를 낳지 않을까 하는 걱정, 임신으로 인한 신체 변화 등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임신 중에 시부모와 갈등, 남편과 다툼 등이 지속되면 감정 기복에 따른 호르몬 변화로 태아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정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여성들이 낳은 아기들을 8~9세 됐을 때 조사한 결과, 아이들이 불안이나 정서장애 등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는 벨기에 룰벵 가톨릭대학의 보고도 있다. 서울대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임산부는 스트레스가 생기면 담담히 받아들이고, 과민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남편의 애정 어린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입덧이 시작되는 임신 초기엔 남편의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과일과 야채를 조금씩 자주 먹고 물을 충분히 먹도록 도와 주고, 짜증을 내도 잘 받아주는 자상함이 필요하다. 임신 8개월 이후는 혼자 움직이기 버거울 정도가 되므로 계단에서는 부축해주고, 베란다 청소·쓰레기 분리수거 등 힘든 가정 일을 도와야 한다.

예비아빠 김승모(42)씨는 아내가 둘째를 가지면서 매일 저녁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각종 동화책이나 시를 읽어준다. 일주일에 2~3차례 30분씩 태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심상덕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학술이사는 “남편의 태담(胎談)은 아내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아기를 함께 낳아 키운다는 부부애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