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줄리아니(Giuliani) 전 뉴욕 시장은 9일 현재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10월 초 ABC 방송의 전국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34%로, 경쟁자인 프레드 톰슨(Thompson·17%) 전 상원의원, 미트 롬니(Romney·11%)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앞섰다.
하지만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Clinton) 상원의원처럼 확고한 당내 1위가 아니다. 그의 리드(lead)는 당내 제대로 된 ‘강력한’ 후보가 없는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6월 이후 한때 ‘톰슨 바람’이 불었을 때에는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 5%포인트 가량 뒤지기도 했다.
◆논란 끊이지 않는 줄리아니
줄리아니는 공사(公私) 양면에서 제기되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 선두를 유지하는 특이한 후보다. 그는 민주당원→무소속→공화당원으로 정치적 변신을 했다. 1980년 12월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Reagan)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한 달 만에 공화당에 입당했다. 공화당 정권하에서 공직에 진출하려고 당적을 바꿨다는 분석이 중론(衆論)이다.
민주당의 자유주의적 성향이 남아있어, 줄리아니는 공화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낙태·동성애 사안에 대해서도 경쟁자들과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1989년 낙태를 위한 모금운동을 지지한 그는 지금도 낙태의 권리를 인정한다. 또 동성(同性) 결혼은 반대하지만 동성애 자체는 인정한다. 이 탓에, 최근 기독교 보수주의 세력이 솔트레이크 시티에 모여 ‘줄리아니 지지 불가(不可)’ 성명을 냈다.
모두 자신의 외도(外道)에 따른 두 번 이혼과 세 번 결혼이라는 그의 여성 편력도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원에게는 감점(減點) 요소다.
그런 그가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2001년 9·11테러 때 뉴욕 시장으로서 보여준 단호한 리더십 덕분이다.
그는 9·11테러 당시 호소력 있는 연설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미국의 본토가 사상 처음으로 공격 당한 사태를 단기간 내에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공로로 2001년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그의 자유주의적 성향이 오히려 강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경한 보수주의 성향의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줄리아니의 중도(中道) 성향 이미지가 먹힌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그가 잘 훈련된 참모들을 데리고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주제들을 이슈화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부진한 경쟁자들
배우로 큰 인기를 모은 톰슨 후보는 9일 토론회에 첫 ‘출전’했으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부는 미래세대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어린이들의 돈을 쓰고 있다”며 감세정책을 공약했지만, CNN은 “톰슨 후보가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라스무센 여론조사는 그가 지난달 16일 지지율 28%에서 7일 현재 22%로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롬니 후보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를 집중 공략해 이들 지역의 여론조사에선 1위다. 그러나 기독교 파워가 큰 공화당에서 몰몬교도인 그가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존 매케인(McCain) 상원의원은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이젠 ‘부통령 후보’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