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관광객 4명이 70대 어부에게 연쇄살해된 사건과 관련, 유족측이 119 관계자들을 고발한 데 이어 '초동수사에 문제가 있다'며 경찰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 결국 법적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유족들은 숨진 4명 중 여대생 추모양(20)이 실종 당일인 지난 8월31일 오후 6시26분부터 13분동안 119에 4차례나 구조요청을 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을 1차적 과실로 보고 있다.

또 범인으로 추정되는 누군가 피살자의 휴대전화로 관할경찰서 강력계로 전화해 17초간 통화했음에도, 단서조차 파악하지 못한 점을 부실 수사의 또 다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가족측 이의 제기에도 불구, 첫 희생자인 추양과 김모씨(21) 등 2명을 동반자살로 단순 처리한 해경의 미흡한 초동조치와 범인 오모씨(70)가 입.출항 통제도 받지 않은 채 무등록 어선을 이용해 추양 일행을 살해한 지 25일 후 유유히 2차 범행을 저지른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유족 관계자는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자 '수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당국이 뒤늦게 동반자살이나 실족사로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을 보고 부실수사 의혹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해경, 119도 관할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도 유족측 주장에 대해서는 "(초동조치에)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일부 과실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승소 가능성이 있느냐 여부다.

공무원의 직무소홀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선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는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 경우 법조계는 통상 '법령 위반'의 범주를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 상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음에도 이같은 위험을 배제시키는데 나서지 않은 경우'로까지 포함하고 있다.

고의든, 실수든 공무원의 직무소홀로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손해는 보상받아야 한다는 게 기본개념인 셈이다.

조난사고가 났음에도 입.출항관리를 제때 하지 않아 늑장구조가 이뤄진 경우, 112 지령을 받고도 지각 출동해 인명피해를 막지 못한 경우 모두 국가배상 대상이다.

그러나 2002년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유족들이 '성매매를 방치하고 묵인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단속과 화재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며 기각되듯 연쇄살인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리 해석과 함께 인과관계 규명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물증이나 정황상 소송 사유는 충분하나 통화내역이나 문자메시지 등 제한적 단서와 살인이라는 범행과의 인과관계는 속단키 힘들다"며 "관련 공무원이 연쇄살인이라는 결과를 예견해 이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