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위 위조사건을 다루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우리 사회가 국제 관례에 대해 너무 어둡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우선 그를 교수로 채용한 동국대가 관련 증빙 서류를 챙기는 데 허점이 많았고 언론은 학위와 관련해 신씨의 주장을 옮기는 데 그쳤다. 검찰 역시 신씨의 발언에 상당 부분 의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이 신씨로 하여금 한번 하는 데까지 해 보자고 대응하도록 영향을 준 것이 아니었을까?
미국 대학교 졸업자에 대한 학력 검증 과정은 사실 복잡한 것이 아니다. 디플로마(diploma)와 트랜스크립트(transcript)가 두 가지 핵심이다. 디플로마는 졸업장을 의미하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 동국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에서도 디플로마를 너무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디플로마는 위조하기가 아주 쉬운 문서이다. 미국 대학이 교수임용 때 디플로마를 요구하지 않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위 검증에 결정적인 문서는 공식 학업기록, 즉 트랜스크립트(Official Transcript of Academic Records)이다. 우리말로 하면 ‘성적(및 졸업) 증명서’로, 미국의 대학 졸업자가 사용하는 가장 유용하고 중요한 학력증빙 수단이다. 처음부터 대학당국이 신정아씨에게 트랜스크립트 제출을 요구했더라면, 또 사법당국과 언론이 트랜스크립트를 확인했더라면 “학위를 증명하러 미국에 간다”는 신씨의 말이 커다란 제목으로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재학생의 트랜스크립트에는 그가 발급 일자까지 이수한 교과목과 학점, 그때까지의 종합평균학점(Grade Point Average·GPA)이 기재되어 있다. 학위과정을 마친 사람의 트랜스크립트에는 학위 종류와 전공영역, 수여일자가 덧붙여진다. 신씨는 애초에 캔자스대(University of Kansas)와 이 대학 MBA를 마치고 예일대에 진학했다고 주장했다. 학력 위조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학부 졸업부터 박사 후보 자격취득까지의 모든 과정에 관한 일체의 증빙이나 설명 없이 마지막 논문 쓰는 과정에 관해서만 “남의 힘을 빌려 다만 표절로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씨는 학부를 졸업하지 못했으므로 석사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데 필수 구비서류인 학부학위 취득 트랜스크립트를 경영대학원에 낼 수가 없었을 것이고, 예일대학교에도 학부 및 석사 학위 취득 트랜스크립트를 제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신씨의 학력 위조사건은 처음부터 캔자스대학 학부 트랜스크립트 한 장이면 모든 것이 분명해질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사건이었다. 미국 대학들은 교수 채용 때나 상급 학위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학생에게 트랜스크립트를 밀봉된 봉투에 담아 ‘학교에서 학교로(Institution to Institution)’ 직접 보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대외 발송을 요구하는 절차는 매우 간단하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사법기관이나 대학당국은 신씨 혹은 유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한 마디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당신이 졸업한 학교가 직접 우리에게 트랜스크립트를 보내도록 신청하여 주십시오. 그 과정이 매우 간단하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