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하얀 빙판 위에 하늘이 뿌린 사랑의 무지개가 피었다. 눈물로 담기에는 그 사랑의 그림자가 너무 고귀했다.
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전 피겨 국가대표 김민우(21)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김민우는 수요일(3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과천에서 후배 선수 지도를 마친 뒤 서울 가락동 집으로 차를 몰고 가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양재대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의식 불명에 빠졌고 목요일(4일) 오후 최종 뇌사판정을 받았다.
김민우의 가족들은 소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진단에 따라 꽃 피우지 못한 청년의 삶을 장기기증으로 이어주기로 결심하고 인공호흡기를 떼어냈다.
이날 장기 적출 수술을 받은 김민우는 신장 2개, 각막 2개, 심장, 간장, 췌장 등 7개의 장기를 남긴 채 짧은 생을 마감했다.
김민우가 남긴 신장 1개와 각막 2개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심장은 서울대병원으로, 간은 아산병원으로, 신장 1개와 췌장은 세브란스병원으로 각각 옮겨졌고, 투병중인 환자 6명이 이식수술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됐다.
1990년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김민우는 2002년 9월 한 살 터울 친누나 김혜민과 짝을 이뤄 아이스댄싱 국가대표팀에 뽑히면서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양태화-이천군 조의 뒤를 이어 국내 유일의 아이스댄싱 대표선수로 활약했다.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서 6위를 차지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김민우는 지난해 1월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했고, 피겨 선배인 이규현과 의기투합해 과천실내빙상장에서 코치로서 후배들을 지도해왔다.
장기기증의 아름다운 선행을 마지막으로 '하늘 나라'로 떠난 김민우의 장례식은 4일 오후 삼성의료원 영안실 5호실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김민우의 아버지 김옥열씨(56)는 "아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피겨 선수로 성공하고자 노력했던 열정이 다른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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